백신을 접종해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돌파감염 사례가 나오는 데다 설상가상으로 백신 공급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당장 확진자를 치료할 치료제 개발 현황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경증환자에게 항체치료제를 조기에 투여해 바이러스 배출을 줄이고, 중증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허가승인을 받아 사용되는 코로나19 치료제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항체치료제 ‘렘데시비르’와 국내 바이오회사 셀트리온이 개발한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로, 렘데시비르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정식허가를 받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7일 기준 렘데시비르는 133개 병원 1만839명에게 투여됐고, 렉키로나는 85개 병원 8610명의 환자에게 투여됐다.
국내에서는 다국적 제약사 치료제로 렘데시비르만 사용 중이지만, FDA는 지난해 일라이릴리, 리제네론에 이어 올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항체치료제 ‘소트로비맙’과 로슈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악템라’를 코로나19 항염증제로 긴급사용승인했다.
셀트리온의 렉키로나 외에 국내에서 임상 속도가 가장 빠른 업체는 대웅제약, 종근당이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말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코비블록’의 임상 2b상 톱라인 결과를 발표했고, 현재 최종 결과를 분석 중으로, 최종 결과를 확인한 후 3분기 안에 임상 3상 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4월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의 임상 3상을 시작한 종근당은 600명 규모의 환자를 모집하기 위해 국내 및 해외에서 임상승인 관련 신청을 진행 중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항체치료제는 세포에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걸 잡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에 맞아야 효과가 있는데 현재 정부는 입원환자나 산소치료를 받는 사람에게만 투여하도록 하고 있다. 경증환자, 돌파감염된 사람들도 항체치료제를 조기에 투여해야 바이러스 배출을 줄이고 전파를 빠르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를 조건부 허가 승인할 때 투약 범위를 고위험군 경증에서 중등증으로 제한했는데 셀트리온은 대규모 피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에서 고령ㆍ기저질환 동반의 고위험군 환자와 전체 환자에게서 모두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해 이날 식약처에 렉키로나의 투약 범위를 경증 환자로 확대해달라는 내용의 허가 변경을 신청했다. 식약처는 허가 변경 신청 심사 후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처럼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는 치료제를 투여하지 않고도 증상이 완화되는 경증환자가 많기 때문에 중증환자 치료제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중증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사망으로 갈 확률을 낮추는 효과를 내는 치료제가 몇 가지 없다”라며 “중증으로 악화하면 바이러스 배출을 줄이는 항바이러스제가 아닌 염증을 조절하는 항염증제가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항체치료제인 렘데시비르와 렉키로나만 사용승인했고, 로슈의 항염증제인 악템라 등을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파력이 강한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을 넘어 지배종이 되면서 기존에 개발된 치료제가 효과가 있는 건지, 무용지물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도 나온다. 이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업체들은 세포주, 동물 실험 등을 통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을 확인하고 있다.
엄 교수는 “경증보다 중증 상태가 됐을 때 어떤 변이에 감염됐느냐에 따라 현재 쓰고 있는 치료제의 염증 반응이 다를 수 있다. 여러 업체들이 세포나 동물 실험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효능을 확인했다고 하지만 아직 인체 임상을 통해 효능을 확인한 치료제는 없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의료 전문가는 현 시점에선 치료제 개발보다 백신 접종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 대부분이 경증 환자이고 별 치료가 필요치 않은 환자가 80~90%다. 치료제로 입원 기간을 단축하고 사망률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그 효과를 기대하는 확진자는 일부이기 때문에 결국 치료제만으로는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현 상황에서 유행을 통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백신 접종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