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서 '뷰티 명가'까지 꿈꾼다…한섬, 화장품 시장 출사표

입력 2021-08-22 11:22 수정 2021-08-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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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섬)
(사진제공=한섬)

패션업체들이 신성장 먹거리로 뷰티를 낙점해 속속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며 토탈 뷰티·패션 업체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2년 의류업체로는 처음으로 뷰티 영역으로 눈을 돌린 후 패션 업체는 물론 이커머스 업체까지 너나할 것 없이 뷰티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경기에 민감하고 유행이 수시로 변하는 패션 사업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K컬쳐가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수출에 유리한 데다 국내 시장에서도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가 많아 시장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온라인 채널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어 미래 사업으로 매력적이다.

요가복 전문 브랜드 젝시믹스도 3월 뷰티 시장에 진출했고,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산사도 PB(자체브랜드) 뷰티 브랜드를 론칭해 도전장을 던졌다.

◇ '타임'ㆍ'마인' 만들던 한섬, 27일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 론칭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27일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oera)’를 출시한다고 22일 밝혔다. 오프라인 1호 매장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1층에 문을 열고 올해 안에 무역센터점과 판교점, 더한섬하우스 부산점·광주점 등에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달 초에는 경쟁사인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갤러리아 등에 입점 의향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과 시스템, 클럽모나코로 유명한 한섬이 뷰티 이외 사업에 나서기는 1987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기존 패션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 아울러 모기업인 현대백화점의 유통 역량을 적극 활용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나설 계획으로, 이르면 올해 안에 한섬의 중국 법인(한섬상해)를 통해 진출을 계획 중이다.

‘오에라’는 상품 가격은 20만~50만 원대에 달하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로 최고가 제품은 120만 원에 달한다. 패키지 디자인은 라프레리·시세이도·로레알그룹 등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의 패키지 디자인을 담당하는 미국 디자인 전문업체 ‘모조(MOJO)’와 손잡고 개발했으며, 곡선을 살린 감각적인 패키지에 스위스 빙하수의 에메랄드 색상을 적용했다.

현대백화점은 미래 먹거리로 뷰티 사업으로 낙점하고 차곡차곡 준비해왔다. 지난해에는 화장품 제조업체 클린젠코스메슈티칼과 SK바이오랜드를 인수해 한섬라이프앤과 현대바이오랜드로 이름을 바꿔달았다. 정지선 회장이 올해 초 발표한 ‘비전 2030’에서도 뷰티 사업을 그룹 내 제조 및 플랫폼 사업과 시너지가 기대하는 미래 신사업으로 꼽기도 했다.

(사진제공=무신사)
(사진제공=무신사)

◇ 무신사, 코스메틱 브랜드 론칭...요가복 1위 젝시믹스도 뷰티 사업 진격

무신사는 지난달 PB 스탠다드의 '코스메틱 컬렉션'을 론칭했다. 패션 전문 플랫폼인 무신사는 뷰티브랜드를 입점시켜 팔아왔지만, 자체 뷰티 브랜드를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스탠다드 코스메틱 콜렉션은 토탈 스킨케어 뷰티 라인으로 패션과 피부에 관심이 많은 20~30대 남성을 겨냥했다.

무신사는 온라인 패션 1위 업체로 지난달 스타일쉐어와 29CM 등을 인수해 몸집을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여성 회원들 만을 대상으로 할인 쿠폰을 발행하며 젠더 논란에 휩싸이면서 조만호 대표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강정구, 한문일 공동대표를 선임했다. 뷰티 시장 진출은 수장을 바꾼 이후 첫 행보인 셈이다.

앞서 3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 전개하는 애슬레저 브랜드 ‘젝시믹스’는 립틴트 라인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6월 말 기준으로 누적 판매 10만여 개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다. 자신감을 얻은 젝시믹스는 이어 톤업크림과 아이브로, 선크림 등으로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대표 애슬레저 업체인 젝시믹스는 지난해 매출 1094억 원으로 기존 1위 업체인 안다르(매출 760억 원)를 따돌리고, ‘국민 레깅스’ 타이틀을 차지했다. 하지만 패션에만 머무를 생각은 없다. 이 업체는 2019년 전문 핵심인력으로 구성된 코스메틱 랩(lab)을 만들어 제품 개발 연구와 테스트를 진행해왔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관계자는 “2019년 17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자들이 가볍게 운동하려는 수요가 높아서 뷰티에 진출했다”면서 “앞으로도 고개들의 수요를 반영한 품목을 대상으로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 신세계인터내셔날, 2012년 진출한 화장품 사업 내실 효자 등극

패션에서 뷰티로 눈을 돌린 ‘원조’ 업체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이 업체는 이미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해 패션업계서 최초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4년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를 인수한데 이어 이탈리아 뷰티 브랜드 ’산타마리아 노벨라’를 사들였고, 2015년에는 화장품 편집숍 ‘라페르바’도 론칭했다. 2017년에는 프랑스 향수 ‘딥디크’, 2018년 미국 메이크업 브랜드 ‘아워글래스’도 인수했다.

2018년에는 20~30대를 겨냥한 한방 화장품 ‘연작’을 내놓고 럭셔리 화장품 시장에 도전장을 냈고, 지난해 7월에는 스위스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스위스 퍼펙션(Swiss Perfection)’의 지분을 인수했다. 지난해 말 고급 화장품 ‘로이비(LOiViE)’에 이어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를 선보이며 코스메틱 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패션사업이 주춤한 가운데 뷰티 사업은 전체 실적을 지탱하는 효자로 떠올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사업 매출 비중은 2018년만 해도 18%에 불과했지만, 2019년엔 26%로 불륨이 커졌다. 코로나 19사태로 외출이 줄어들고, 면세사업이 직격탄을 입은 와중에서 화장품 매출 비중은 24.8%로 선방했다.

내실은 더 쏠쏠하다. 코스메틱 사업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79%로 집계됐고, 이듬해에는 81%로 2%p(포인트) 더 올랐다. 지난해에는 92.8%까지 치솟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코스메틱 사업은 든든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특히 영업이익 기여도가 높다”면서 “본격적으로 내수 및 글로벌 화장품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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