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업체 폭력적 행위에 무관용 선포
72개 구체적 계획 담긴 '경쟁 촉진 행정명령' 서명
IT 기업 M&A도 제동 걸릴 듯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실리콘밸리 공룡들을 포함한 대기업들과의 새 전쟁 포문을 열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경제 성장과 혁신을 가로막는 불공정 경쟁을 근절하고자 대기업에 의한 과점적 상황에 칼날을 들이댔다. 그는 미국 경제의 경쟁 촉진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행정부에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고 독과점 행태를 단속하도록 주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40년 전 우리는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며 “우리는 대기업들이 점점 더 많은 권력을 가져가도록 하는 실험을 지난 40년 동안 해왔지만, 그 결과는 경제성장 둔화와 생활 수준 저하였다. 나는 이 실험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40년 전이란 시기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임기 시작과 일치한다. 미국 기업 사회적 영향력의 급격한 확대를 공화당 정부의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 자본주의의 핵심은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쟁”이라며 “독과점 업체들의 폭력적 행위에 대한 관용은 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거대 IT 회사에 머무르지 않고 통신, 의약품, 농업, 운수 등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아우른다. 여기에는 부처와 기관이 시장의 경쟁을 확대하고 반경쟁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72건의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 일례로 의약품 분야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 하여금 캐나다로부터 저렴한 처방약 수입에 임하도록 주문했으며, 시장에서 값싼 복제약 출시를 늦추는 협정을 막는 방안 등을 통해 약값 인하를 촉진하기로 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의 인수·합병(M&A)을 관용적으로 인정해 온 미국 정부의 자세를 전환하기로 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소규모 업체에 불리한 합병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이미 완료된 합병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더해 FTC가 이른바 ‘킬러합병(대기업이 소기업을 인수함으로써 혁신적 상품 개발을 막는 행위)’으로 불리는 반경쟁적 M&A를 제한하는 규칙을 제정하도록 했다. 이는 페이스북과 구글 등 IT 대기업을 겨냥했다는 평가다.
이밖에도 버락 오바마 전 정권 당시 도입됐던 망 중립성 정책의 복원, 노동자의 동종업계 이직을 금지하는 고용 계약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망 중립성은 통신망 제공 사업자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다.
바이든 정부의 이번 조치는 여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야당과 기업들은 이번 조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부터 회복 중인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