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비 2배 이상 늘어
149억 달러는 M&A 위한 현금 실탄
최근 주주행동 겪은 도시바에 관심 집중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시바가 아직 사모펀드의 공식 제안을 받은 것은 없지만,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보도했다. 주요 주주들이 불신임을 얻은 나가야마 오사무 이사회 의장의 연임을 저지하는 등 경영진이 흔들리는 상황을 주요 근거로 댔다.
이달 중순 도시바는 4시간에 걸친 긴급 이사회 소집 끝에 이사회 멤버 2명을 포함한 4명의 고위급 경영진을 퇴출했다. 지난해 여름 정기 주총 인사에서 일본 경제산업성이 회사 측의 요청에 따라 외국 행동주의 투자자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보고서가 발표된 데 따른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당시 사장이던 구루마야 노부아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제산업성에 지원을 요청하고 임원진 일부는 별도로 행동주의 투자자 대응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도시바를 사모펀드가 노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4월에도 영국 사모펀드 CVC캐피털이 도시바를 200억 달러(약 23조 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인수에 나섰지만, 당시 도시바가 제안을 거절하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최근 사모펀드들이 일본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분주하다. 데이터제공 업체 프레킨은 일본에 초점을 맞춘 사모펀드의 총자산은 지난해 9월 기준 350억 달러로 2015년 말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중 149억 달러는 향후 M&A를 위한 현금 실탄으로 준비됐다. 칼라일이 일본 기업 인수 펀드를 위해 23억 달러를 조달하는 등 지난해에만 80개의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이 100억 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도시바 사례처럼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실질적인 움직임이 사모펀드들의 관심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 행동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자 일본 기업들이 재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기업들은 총 472건의 구조조정을 발표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56% 증가한 수치다.
사모펀드의 관심은 일본 자본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2008년부터 2018년 사이 일본에서 출시된 펀드 수익률 중간값은 18.2%로 모든 지역 통틀어 가장 높았다. 북미 펀드 수익률은 16%로 집계됐다.
WSJ는 “사모펀드들이 일본 기업을 겨냥한 대규모 전쟁터를 구축하고 있다”며 “다만 이들은 기업에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기존 방식 대신 우호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고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