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3개월 새 물류센터에만 1조 투자…판 커지는 이커머스 ‘쩐의 전쟁’

입력 2021-06-17 15:35 수정 2021-06-1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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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신세계-네이버연합군 이베이코리아 인수 맞서 물류 인프라 투자로 격차 벌리기 승부수

이커머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쩐의 전쟁이 펼쳐진다. 네이버와 손잡은 신세계 연합군이 이베이 코리아 인수에 성큼 다가선 가운데 미국 증시 상장으로 5조 원의 실탄을 확보한 쿠팡이 최근 3개월 사이 물류센터 투자에만 1조 원을 쏟아부으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쿠팡이 배송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는 것은 오픈마켓 중심인 네이버나 이베이, 전국구 새벽배송에 나서지 않고 있는 이마트와 격차를 벌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쿠팡은 쿠팡이츠로 퀵커머스에 진출하고, 오픈마켓 판매자를 대상으로 빠른 배송에 나서면서 이커머스 왕좌를 노린다는 각오다.

◇ 3개월새 물류센터에만 1조 투자...퀵커머스 진출설도 솔솔

쿠팡은 2200억 원을 투자해 17만㎡ 규모의 물류센터를 부산 강서구에 건립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부산광역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과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부산 물류센터 투자 협약은 3월 전라북도 완주, 4월 경상남도 창원(2곳), 김해(1곳), 5월 충청북도 청주에 이어 올들어 네번째로 발표된 쿠팡의 국내 물류 투자 계획이다. 3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해 5조원의 실탄을 장전한 쿠팡은 상장 이후 3개월 새 발표한 누적 투자금액이 1조 200억 원 이상에 달한다.

이들 4개 지역 물류센터 건물들의 연멱적을 합치면 70만 ㎡를 넘어서 축구장 100개와 맞먹는 규모이며, 직접고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는 95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쿠팡 측은 추산한다.

이날 협약을 맺은 부산 물류센터는 2024년 준공 예정으로 상품 관리와 배송 동선 최적화 등 유통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T)을 망라한 첨단물류시스템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쿠팡의 부산 물류센터는 수출입에 유리한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및 해외 진출 시 중요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소상공인들의 해외 판로 개척에도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대준 쿠팡 신사업부문 대표는 “부산 물류센터는 신항만과 인접해 입지적인 강점이 뛰어나 쿠팡의 해외진출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통해 부산 지역사회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소상공인들의 사업 지원을 확대하며 지역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특허청)
(특허청)

(특허청)
(특허청)
그런가 하면 쿠팡은 퀵커머스 진출도 꾀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은 ‘퀵딜리버리’와 ‘퀵커머스’, ‘큐딜리버리’ 등의 특허를 출원했다. 최근 쿠팡이츠 분사와 맞물리며 퀵배달에 나설 것으로 해석이 나온다. 쿠팡이 연초 쿠팡이츠를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설립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더한다.

쿠팡은 전국에 크고 작은 170여 개의 물류센터를 활용해 ‘새벽배송’와 ‘당일배송’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도심 내 물류센터를 활용한다면 ‘배달의 민족’의 B마트나 요기요의 ‘요마트’와 같은 다크스토어 형태의 사업이 어렵지 않다.

최근에는 오픈마켓 판매자를 대상으로 빠른 배송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Coupang Fulfillment Services)’와 ‘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Coupang Logistics Service)’, ‘CLS’, ‘Rocket For Merchants’ 등의 특허도 신청했다.

지난해 말 택배 운송사업자 자격을 재취득한 점으로 미루어볼때 판매자의 상품을 미리 물류센터에 쌓아두고 주문이 오는 대로 이를 배송하는 풀필먼트 사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쿠팡은 현재 직매입한 상품만을 대상으로 익일 배송 등 빠른 배송을 서비스하고 있다.

▲쿠팡이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에 첨단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물류센터 면적 10만평으로 쿠팡 전체 물류 인프라 42만평의 4분의 1 규모로 영남·충청·호남·제주권까지 영업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남주현 기자 jooh@)
▲쿠팡이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에 첨단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물류센터 면적 10만평으로 쿠팡 전체 물류 인프라 42만평의 4분의 1 규모로 영남·충청·호남·제주권까지 영업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남주현 기자 jooh@)

◇ 이베이 품은 신세계ㆍ네이버?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쿠팡이 최근 배송에 힘을 주는 것은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전이 마무리 됨에 따라 이커머스 업계가 지각변동을 앞두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네이버와 손 잡은 신세계그룹은 매각에 나선 이베이 측에 4조원대 입찰가를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3조9000억 원)과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20조 원)을 합하면 약 24조 원 규모에 달해 쿠팡의 거래액(22조 원)을 뛰어넘게 된다. 최근 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네이버까지 더하면 네이버 신세계 연합의 거래액은 단순 합계로만 지난해 기준 50조 원 가량으로 쿠팡의 2배를 넘는다.

하지만 네이버와 이베이는 오픈마켓 중심 사업을 하고 있어 쿠팡에 비해 배송 인프라가 뒤처진다. 신세계와 이마트 역시 현재 SSG닷컴을 통해 시간대 지정 배송인 쓱배송과 새벽배송에 나서고 있지만 신선식품 위주로 배송을 하고 있어 쿠팡의 배송 서비스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물류 거점으로 삼을 수 있는 161개의 대형마트와 백화점 11개를 운영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점에서 쿠팡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경쟁자임에는 분명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산품 위주의 빠른 배송에 집중하고 있는 쿠팡으로서는 이미 새벽배송에 나서고 있는 신세계의 이베이 인수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 “이커머스의 헤게모니가 가성비 위주에서 빠른 배송으로, 공산품에서 신선식품으로 바뀌면서 콜드체인을 갖춘 물류센터과 퀵커머스 진출로 시장을 먼저 선점하자는 전략”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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