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연간 거래액 20조 원 규모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사실상 확정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1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오프라인 유통공룡인 신세계그룹이 시장점유율 3위인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단숨에 이커머스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했다. 그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와 쿠팡이 압도적인 '톱2'를 형성하는 대결 구도였으나 이베이를 인수한 신세계가 네이버와 지분 맞교환을 통해 ‘혈맹’을 맺으면서 ‘신세계-이베이-네이버’라는 절대강자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상위 빅3 정도만 남는 승자 독식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쩐의 전쟁’이 극심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에 제안한 금액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4조 원대로 알려졌다. 막판까지 경쟁을 이어왔던 롯데가 이보다 적은 3조 원대의 가격을 적어내며 '정량평가' 측면에서 신세계가 최종 승리를 거머쥐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사이즈(거래액)'가 커졌다. 지난해 기준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3조9000억 원)과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20조 원)을 합하면 약 24조 원 규모에 달한다. 이는 네이버 거래액(27조 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쿠팡 거래액(22조 원)보다는 많다. 점유율로 보면 기존 3%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던 플레이어가 단숨에 15% 수준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린 셈이다.
인수 주체가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 신세계그룹이라는 점은 이커머스 업계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신세계)과 대형마트(이마트), 편의점(이마트24), 복합쇼핑몰(스타필드), 호텔(조선호텔앤리조트)까지 다양한 유통업태를 소유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거점이 합해지면 각자의 장점을 기반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온ㆍ오프라인 연계에 그룹 역량을 집중해온 신세계그룹은 통합 온라인몰을 표방하는 'SSG닷컴'을 주축으로 G마켓, 옥션의 온라인 플랫폼과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등 오프라인 플랫폼을 아우르는 통합 멤버십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전 이후 이커머스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2파전' 같은 '3파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점유율 기준 랭킹 1위 네이버와 신세계가 이미 연합전선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올해 3월 네이버를 직접 찾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만나 25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이라는 ‘빅딜’을 성사시키고 서로 고객, 물류망, 셀러 등을 공유하는 협력관계를 맺었다.
네이버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와 컨소시엄을 구성, 향후 지분 20%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1조 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하는 결정적인 지원 사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세계그룹의 인수 부담을 1조 원가량 줄여줬다는 뜻이다. 다만 이에 대해 네이버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향후 이커머스 대결구도는 '신세계-네이버 연합 VS 쿠팡'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경우 우선 '덩치' 로만 봤을 땐 연합군이 쿠팡을 압도한다. 네이버 신세계 연합의 거래액은 단순 합계로만 지난해 기준 50조 원이 넘는다. 시장점유율은 30%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고 쿠팡도 손 놓고 있을 리 없다.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쿠팡은 5조원의 실탄을 장전하고 국내 석권을 향한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미 대구, 창원, 김해를 비롯해 광주까지 전국에 콜드체인을 갖춘 물류센터 건립에 나서며 신선식품 빠른 배송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쿠팡 풀필먼트 유한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지난해 택배 운송사업자격을 획득한 쿠팡은 직매입 사업뿐 아니라 오픈마켓에서도 빠른 배송이 가능해져 이커머스 왕좌에 한발짝 다가서게 된다.
카카오도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했다. 카카오는 이커머스 업계 공룡에 대항하기 위해 이커머스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커머스를 분사한지 3년도 안돼 다시 합병하기로 했다. 이커머스 시장의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카카오톡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는 카카오는 최근 라이브커머스(라방)를 강화하고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인수하는 등 발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4조원 대 인수가격을 둘러싼 '승자의 저주' 우려도 신세계가 해소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4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입하고,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베이코리아는 2019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이커머스 업계 유일한 흑자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성장이 정체되고 영업이익률이 계속 떨어지면서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커머스 시장이 싼 가격으로 경쟁했던 과거와 달리 신선식품과 빠른 배송 서비스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지만, 이베이코리아는 풀필먼트 시스템을 비롯해 자체 물류망을 갖추지 못한 한계가 있다. 신세계의 기존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 플랫폼의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신세계그룹은 비싼 값을 치렀다는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