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던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은 더딘 모양새다. 국내에서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중 조건부 허가를 받은 것은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CT-P59)’뿐이고, 렉키로나와 함께 허가 승인을 예고했던 GC녹십자와 종근당의 코로나19 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국산 2호 코로나19 치료제’의 탄생은 멀어졌다.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가운데 식약처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치료제는 총 14개다. 이 가운데 임상 3상에 대한 시험계획을 승인받은 사례는 대웅제약의 ‘코비블록‘ 3건, 셀트리온의 ‘렉키로나’ 1건, 글로벌 제약사 한국엠에스디의 ‘MK-4482’ 1건, 종근당의 ‘나파벨탄주’ 1건 등 총 4개의 치료제에 대해 6건의 임상시험이다.
앞서 2상까지 마무리한 후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 종근당, GC녹십자는 식약처 검증 절차의 첫 단계인 자문 위원회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종근당은 지난 3월 러시아에서 진행한 2상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식약처에 ‘나파벨탄주(성분명 나파모스타트)’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는데 식약처 검증 자문단은 제출된 자료만으로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인정하기 충분하지 않다며 중증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종근당은 4월 중증의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식약처에 임상 3상 계획서(IND)를 신청해 승인받았고 현재 임상을 준비 중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임상을 진행할 병원에서 임상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 단계 절차를 밟고 있고, 7월부터 환자 모집과 함께 투약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는 중증의 고위험군 환자가 많지 않은 만큼 유럽,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해외에서도 임상 3상을 진행하기 위해 국가를 선정하고 있고, 승인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는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 조건부 허가 절차를 다시 밟지 않고 자진 철회하는 방안을 택했다. 다만 △치료목적 사용 지원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지코비딕주에 대한 SARS-CoV-2 변이 바이러스 유효성 연구 지원 및 협력 △코로나19 완치자 중화항체 측정을 통한 장기 3년 면역원성 연구 등 3가지 계획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대웅제약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코비블록’(기존명 호이스타)‘에 대해 올해 3분기 내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b상 투약을 완료한 임상시험 자료 분석 후 긍정적인 결과가 확보되면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고 동시에 임상 3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속도전에 뒤처진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들은 변이 바이러스 대응 효과를 추가 연구하며 경쟁력을 꾀하고 있다. 가장 최근 임상 2상에 진입한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코로나19 흡입 치료제 ‘UI030’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세포 실험 결과 기존에 효과를 확인했던 영국 변이바이러스와 비슷한 수준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브라질, 인도 등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하는 시험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미 조건부 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도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인데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추가로 연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뉴욕, 나이지리아, 인도 변이 바이러스에서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했다. 다만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에서는 항바이러스 능력이 감소해 셀트리온은 브라질 변이주에 대한 동물시험 절차를 거쳐 렉키로나의 실제 임상적 치료 능력을 다시 확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