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주요 기업이 중국 사업의 핵심이었던 공장설비와 대규모 부동산 등을 잇달아 되팔고 있다.
현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라고 평가했지만, 우리 재계는 2017년 이른바 ‘사드 사태’ 이후 위축된 현지 사업을 재조정하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30일 이투데이 취재결과를 종합해보면 재계 주요 기업이 중국 정치경제의 중심인 베이징에서 잇따라 대규모 부동산과 사업장을 철수 중이다.
먼저 현대자동차는 가동 중단 2년 만에 중국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한다.
연산 30만 대 규모의 현대차 베이징 1공장은 2002년 첫 생산에 나섰다. 현대차 중국 현지생산의 신호탄이었고, 2010년대 초 현대차 중국 사업의 전성기를 상징하기도 했다.
반면 2017년 이후 사정이 급변했다.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ㆍ사드) 배치 여파로 이때부터 수년간 판매 부진이 이어졌다. 결국, 2019년 4월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 공장의 소유권은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의 합작법인 베이징현대가 소유 중이다.
중국 증권 시보 인터넷판은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샹(理想·Li Auto)이 60억 위안(약 1조500억 원)을 투자해 현대차 베이징 1공장 시설과 용지를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리샹은 중국 3대 전기차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리샹은 오는 2023년부터 이 생산설비를 활용해 본격적인 가동에 나선다. 이를 통해 2024년에 300억 위안(약 5조2600억 원)의 생산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규제와 판매 하락 등에 가로막혀 가동을 중단한 현대차 생산설비를 토종 전기차 스타트업이 인수하는 셈이다.
SK와 LG 역시 중국에서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자산을 잇달아 매각 중이다.
SK그룹은 중국사업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해왔던 베이징 SK타워 매각을 검토 중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베이징 SK타워 매각이 논의 중이라는 외신 보도에 대해 “현재 검토 중인 상황이고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 관용 통신 등은 SK그룹이 허셰(和諧)건강보험과 베이징 SK타워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허셰견강보험은 중국 랴오닝성 석유화학ㆍ금융기업 푸자(福佳)그룹 계열사다.
베이징 SK타워는 35층 규모 건물로 중국 베이징 시내 무역 중심지 창안제(長安街)에 자리 잡고 있다. 2009년부터 SK그룹 중국 본부 역할을 맡아 왔다.
지난해 LG그룹도 베이징 트윈타워를 80억 위안(현재 환율 기준 1조3900억 원)에 매각한 바 있다.
현지 주요 매체는 국내 기업의 '중국 현지 자산매각'과 관련해 코로나19 여파를 꼽고 있지만, 재계의 시각은 이와 대조된다.
환구시보는 “베이징 SK타워가 매각될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이후 중국에서 한국 기업이 처분하는 두 번째로 큰 부동산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달리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일부 존재할 수 있으나 원점은 2017년에서 ‘사드 사태’를 시작점으로 보는 게 맞다”라며 “단순하게 매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중국 현지 사업의 사업 다각화’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사업은 정치와 경제 등 외부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라며 “외국계 회사 ‘투자지분 50% 제한’ 규제가 풀린 만큼, 매각은 곧 새로운 현지사업의 추진으로 보는 게 맞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