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심리 떨어뜨려 경제성장 저해할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시리즈’로 내놓으며 정부 주도의 경제 재건에 나섰다. 초대형 부양책에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간 3개의 초대형 부양책을 내놨다. 총 부양책 규모는 무려 6조 달러에 달한다. ‘1탄’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 패키지였고, 2탄은 3월 공개한 2조3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일자리 계획’이었다. 부양책 2탄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지난달 28일에는 보육과 교육 등에 초점을 맞춘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계획은 일자리에서부터 각종 산업과 인프라 투자, 교육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지출을 통해 미국 경제의 재건 작업을 직접 주도하겠다는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정책적 기조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40여 년간 미국 정치와 경제 질서를 떠받쳐온 ‘작은 정부’를 버리고 ‘큰 정부’로의 대전환을 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40년을 지탱했던 ‘작은 정부’가 흔들리자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이에 취임 직후 추진했던 부양책 1탄은 가까스로 의회 승인을 받았지만, 2~3탄이 의회를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그의 증세 방안에 대한 정·재계 반발은 거세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경제 고문이었던 아서 래퍼 경제학자는 증세 방안이 직접적으로 저소득층·중산층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고 해도 결국 이들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세율과 세수의 상관관계를 설명한 ‘래퍼곡선’으로 유명한 래퍼는 “너무 높은 세금 부담은 경제 주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바이드노믹스 기조가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진다면 몇 세대 후엔 미국이 소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즉 증세로 기업 경쟁력 떨어지면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이야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슈퍼 부자’들의 연방소득세율을 현행 37%에서 39.6%로 올리고, 연 1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자본이득세율을 20%에서 39.6%로 두 배 가까이 올린다는 계획이다. 법인세 인상분은 ’미국 일자리 계획‘의 재원으로, 초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는 ’미국 가족계획‘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월가에서는 자본이득세율 인상은 개인의 투자 심리를 떨어뜨려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중심 정책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으며 이에 바이드노믹스를 통한 새 전환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과거 정부 주도의 정책이 시행 초기 잡음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바이든의 정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노아 스미스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뉴딜정책과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 정책이 초기에 문제가 있었지만, 결국 미국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복지에서부터 노동법, 은행 규제 등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미국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었다”면서 ““바이드노믹스도 그러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어 “정책 시행으로부터 40년이 지난 후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현안을 해결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