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확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남이 내 것을 따라 하는 걸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남이 나를 공격할 때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특허를 명확하게 받아놓으면 불필요한 소송도 줄일 수 있다.”
신인모 특허법인 RPM 대표 변리사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가진 권리(특허권, 실용신안권, 상표권, 디자인권, 저작권)가 무엇인지 명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며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적합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권리가 없을 때는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제한적인데, 스타트업들은 비용적인 부담으로 특허를 내지 않거나 허점이 많은 한두 개 특허만 받는 경우가 많다”며 “특허를 확실하게 잡아두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사가 집요하게 파고든다면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허 분쟁은 통상 협상과 심판, 소송 단계로 진행된다. 협상으로 해결되지 않은 분쟁은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한 공적 확인을 요청하는 권리 범위 확인 심판이나 무효 심판으로 넘어간다. 여기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민사(손해배상) 및 형사(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진행한다.
신 변리사는 “분쟁을 예방하는 방법은 특허를 완벽하게 확보하고 명시해 대비하는 것밖에 없다”며 “특히 IT업계는 특허 하나로 모든 걸 보호하기 어려울 수가 있는데 원천 기술로 경쟁사들의 진입을 막거나 특허 포트폴리오를 촘촘하게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권리가 없더라도 오랜 기간 상표를 공연히 써왔거나 제조자를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등 합당한 권리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를 입증하기 힘들고 기간이 오래 소요되기 때문에 마지막 카드로 꺼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짚었다.
그는 우선 확보해야 할 특허로 상표권을 꼽았다. 상표권 침해는 기업 성패를 가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앞서 김밥천국은 상표 등록에 실패하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접어야 했고, 다방은 출원 과정의 실수로 직방에 상표권을 뺏겼다. 대법원에서 무효 처리가 됐지만, 상당 기간 손해를 입었다.
신 변리사는 “특허는 기술 보호와 분쟁 억지, 시장 선점 및 진입장벽 효과 외에도 정부 지원 사업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실용적인 목적도 있다”며 “최근에는 M&A(인수합병) 할 때도 기업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심사하고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평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예전에는 스타트업이 시리즈 AㆍBㆍC 투자를 받은 후 IPO(기업공개)에 나서곤 했는데 ‘기술특례 상장’이 생기면서 시리즈 A 이후 곧바로 상장을 준비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기술적 평가 항목 중에는 지식재산권도 포함되기 때문에 특허 포트폴리오가 중요하고, 해당 절차를 통해 상장한 기업은 국내 특허 기준 평균 5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변리사는 “간혹 악의적인 의도로 경쟁사에서 무작위로 협박성 특허 침해 소송을 걸기도 한다”며 “근거가 없는 경우가 상당한데 억울하게 경고장이나 소송장을 받았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간혹 소송이 걸렸다는 사실에 겁을 먹고 끌려다니다가 하지 않아도 될 합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침해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대응 방향을 결정하는 게 좋다”며 “무엇보다 자신의 권리를 우선으로 확보해 놓는 게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