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산정 자료' 나왔지만…가격 책정 이유는 여전히 ‘물음표’

입력 2021-04-29 17:43 수정 2021-04-2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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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면적·같은 층 공시가 차이 인한 '종부세 희비' 설명 부족
개별 시세·현실화율 제대로 공개 안한 탓…"생색내기에 그쳐"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국토교통부가 공시가격 신뢰성ㆍ투명성을 높이겠다며 내놓은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공시가격 기초자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개별 시세가 비공개된 탓이다. 공시가격 기초자료 공개가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 e편한세상' 아파트 A동 B층 1호와 2호는 벽을 맞대고 있는 이웃이다. 아파트 면적(전용면적 84.6㎡)도 평면도 모두 같다. 올해 봄 아파트 공시가격이 산정되면서 두 집 희비는 갈렸다. 1호는 5억9500만 원을, 2호는 6억100만 원을 통보받았다.

이 공시가격이 확정되면 1호와 2호 집 소유자는 1주택자 기준으로 보유세로 각각 92만 원, 147만 원을 내야 한다. 공시가격은 두 집 모두 지난해보다 28%가량 올랐지만 1호 보유세는 지난해보다 8.3% 감소했고 2호 보유세 부담은 45.5% 늘어난다. 공시가격 6억 원 미만인 1호는 재산세 감면 혜택 대상이지만 6억 원을 넘긴 2호는 그 혜택을 못 받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공개한 공시가격 기초자료만 보면 두 집 간 보유세 부담이 50만 원이나 차이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자료에 나와 있는 산정 근거 중 '주변 환경'이나 '단지 특성'은 당연히 같고 면적과 동일 면적 가구 수, 방향 같은 '세대 특성'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을 매기며 참고했다는 실거래 기록도 똑같다. 공시가격 기초자료가 1, 2호에 각각 다른 공시가격을 책정하며 내린 산정 의견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다.

이런 일은 길음뉴타운 e편한세상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전용 115㎡형 아파트 네 가구가 모여 있는 노원구 중계동 신동아아파트 C동 D층에선 올해 공시가격으로 1~3호는 8억9700만 원, 5호는 9억600만 원을 통보받았다. 지난해만 해도 네 집 모두 공시가격이 6억6400만 원으로 같았지만 올해부턴 5호만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됐다. 이 아파트에서도 공시가격 기초자료는 '복붙(복사ㆍ붙여넣기)' 돼 있어 차이가 생긴 이유를 알 수 없다.

국토부는 "시장 여건에 따라 시세 변동 폭이 다를 수 있으므로 아랫집이나 윗집, 옆집 등과 공시가격이 차이가 있다고 해서 가격 산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공시가격 기초자료에서 공개하는 요소들을 반영하는 비율은 실제 각 집 시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중요하다는 적정 시세가 얼만인지,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은 얼만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일일이 시세를 공개하는 건 불가능할 뿐더러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이 과세표준으로 쓰이는 상황에서 과표가 어떻게 책정되는지 궁금해 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시세나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동일하게 책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에서 공개를 꺼려하는 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 (출처=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 (출처=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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