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담 줄어 거래 활성화" vs "집값 자극 부작용 우려" 의견 엇갈려
정부ㆍ여당 부동산 정책이 '갈 지(之)자' 행보 끝에 세제 완화로 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민 부담 경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규제 완화가 되레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부동산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주택 공급과 세제, 금융 등 부동산 전반을 재점검하기 위해서다. 이미 당·정 기류는 규제 완화 쪽으로 쏠리고 있다. 전날 열린 고위급 당정협의회에선 공시가격 현실화(공시가격과 시세 차이를 줄이는 것) 속도 조절, 대출 규제 완화, 세제 개편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정책 전환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 등은 현재 각각 공시가격 6억 원, 9억 원인 재산세 감면 기준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기준을 각각 3억 원씩 높이고 양도소득세에서도 공시가격 합산 12억 원 이하 2주택자는 중과(重課)를 면제해주는 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주택 공급 방안에 관해 "공공 주도와 민간사업이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그간 고집해 온 공공 주도 개발에서 한 발 물러선 발언이다.
"세금 정책 개편 서둘러야" vs "침체된 시장 활성화할 수 있어"
대한부동산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이달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이 드러났다"며 "실책을 인지하고 정책 전환을 시도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가장 시급한 정책 전환 과제를 묻자 서 교수는 "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세금 정책 개편을 먼저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 공급은 공공과 민간,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민간이 시장을 주도하되 민간이 못 하는 부분을 공공이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침체됐던 시장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 움직임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종부세 과세 기준 상향과 2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를 높이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여권에 더 과감한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정권 초라면 모를까 지금은 집값이 워낙 많이 올라서 공시가격 12억 원도 고가주택으로 보기 힘들다. 고가주택 기준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선 "집값 떨어지면 세금 부담 줄어들어"
일부 전문가는 정책 전환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부작용은 우려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보유세 경감,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조절 등은 시장에서 풀어줬으면 하는 규제들"이라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그러면서도 "세금이 줄면 거래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집값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무엇을 위해 세금을 경감하려 하는지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가 정부에 "최근 정부가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처럼 세금 경감도 실수요자 위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고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시민사회 일각에선 여권의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을 우려 섞인 눈으로 본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공시가격이 시세와 지나치게 차이 나는 건 불공정의 문제"라며 "지금도 비슷한 시세인데 어디는 공시가격을 올리고 다른 곳을 내리는 등 현실화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원래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보유세 감세 문제에서도 조세 부담 경감을 지지하는 쪽과 견해를 달리했다. 그는 "집 없는 서민을 보호해야지 공시가격 9억 원이 넘는 고가주택은 보호해야 할 감세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집값이 오르니 세금이 늘어나는 건데 세율을 낮추려고만 하고 집값은 건드리지 않는다. 집값이 떨어지면 세금 부담도 함께 줄어든다"며 정부에 적극적인 투기 억제책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