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디지털 전환 드라이브 일환으로 도입한 ‘구독경제’가 식품·유통업계 곳곳에서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기존 테스트베드 방식으로 한정 운영하려던 구독 서비스를 연장 및 확대하는 한편 구독 메뉴도 한층 다양화한다는 방침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식품·유통업계가 자구책으로 도입한 구독서비스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 비대면 소비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디지털 전환 경영 전략을 활발히 펼친 결과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 40조1000억 원으로 54.8% 늘었다.
한국야쿠르트의 온라인몰 '프레딧'도 최근 지난해 무료배송·정기구독 기반 회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2017년 70억 원에 그쳤던 매출도 지난해 520억 원을 기록하며 4년 새 6배 이상 늘었다. 한 개만 주문하더라도 무료로 배송해주는 서비스에 더해 달걀, 생리대 등 구매주기가 일정한 제품에 정기배송 서비스를 적용한 점이 매출 증가 원인으로 한국야쿠르트 측은 분석했다.
CJ푸드빌의 ‘더 플레이스’가 지난해 도입한 샐러드 정기구독 서비스 ‘더 샐러드클럽’도 고객 '락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서비스 출범 직후 50일 동안 550여 개의 구독권이 완판돼 이때 판매된 샐러드 수량만 4500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일간 고객들이 4500번 넘게 매장을 찾은 셈이다.
정통 구독 서비스의 대표 격인 ‘생수’ 시장에서는 제주삼다수가 활약했다.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삼다수앱’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배 이상 성장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온라인 비중도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수 주문량은 67% 늘었고, 정기배송 주문량도 26%가량 늘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최근 IT스타트업 데일리샷과 손잡고 캔맥주 구독서비스를 선보였다. 과거 데일리샷과 제휴한 펍, 바에 방문할 경우 첫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데 그쳤던 서비스는 현재 유통망과 접근성이 튼튼한 CU를 거점으로 매월 맥주 3캔을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로 재탄생했다.
구독서비스로 재미를 본 CJ푸드빌은 타 외식 브랜드로 구독 서비스를 확장했다. '더스테이크하우스'에 스테이크를 정상가 대비 40%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아너스클럽’을 도입했고, 한식 뷔페 ‘계절밥상’에도 평일 점심 고객을 대상으로 정기구독 이용 서비스를 선보였다. 더플레이스 역시 구독서비스 메뉴에 샐러드에 이어 파스타 4종을 추가했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체들도 구독서비스를 점진적으로 확대 중이다. 지난해 10월 월별 커피·샐러드&샌드위치 세트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파리바게뜨는 직영점에 한정하던 서비스를 가맹점까지 확대했다. 현재 서울 수도권과 주요 거점 도시 내 매장을 중심으로 구독서비스에 참여 중이고 점차 취급 매장이 늘고 있다. 뚜레쥬르 역시 커피 구독서비스를 중심으로 매출이 30% 이상 증가해 지속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과자업계 최초로 과자구독 서비스 '월간 과자'를 선보인 롯데제과는 도입 당시 한정판 200개로 시작했던 서비스를 이후 1000개까지 늘려 최근 '온라인 과자가게’ 콘셉트의 자사몰 ‘스위트몰’을 열고 ‘월간과자’를 상시 운영으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구독경제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구독경제는 업계 입장에선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라면서 "구독경제는 업셀링(연쇄판매), 크로스셀링(교차판매)과 더불어 고객을 모으는 효과적인 수단이기에 앞으로 관련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