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다가온 인공지능(AI) 시대, 기계와 ‘소통’해야 하는 횟수와 빈도가 예전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급증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AI 기술일 것이다.
LG AI 연구소 내 ‘랭귀지 랩(Language Lab)’을 이끄는 최정규 랩장은 20년간 LG전자에서 인간과 기계가 소통하는 법에 관해 연구해왔다. ‘본부!’라고 외치면 자동으로 전화가 걸리는 피처폰의 음성 다이얼 기능부터, LG전자의 인공지능 브랜드 LG ThinQ와 스마트홈, 챗봇이 그의 손을 거쳤다.
최 랩장은 “AI 암흑기였던 1990년대 후반부터 음성 기반 연구를 해왔다”라며 “다른 연구 분야 전향에 대한 압력도 있었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한 분야 연구를 계속했다. 언어 분야 연구가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그만큼 재밌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흥미를 끈 건 AI 분야 중 언어 지능 분야가 가진 특징이다. 다른 AI 분야가 신호나 숫자와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면, 언어는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람이 좀 더 친근하게 느끼는 기술이지만, 그만큼 더 난해하기도 하다.
최 랩장은 “하나의 단어가 맥락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있을 수 있고, 여기에 감성까지 가미되기 때문에 이를 기계가 이해하도록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라며 “언어 분야는 사람이 기계보다 훨씬 잘하는 영역이어서 기대 수준도 높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만들어진 LG AI 연구소 내 랭귀지 랩에선 기계가 사람처럼 문서를 읽고 질문에 답하게 하는 MRC(Machine Reading Comprehension), 많은 문서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TA(Text Analytics), 기계가 사람의 말에 액션이나 응답을 하게 하는 대화 모델, 상황에 맞는 자연어를 생성하는 자연어 생성 모델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LG그룹 내 챗봇 플랫폼, LG전자 스마트TV에 있는 지능형 시멘틱 검색 기능도 연구소가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최 랩장은 "예를 들어 영화 '광해'를 보고 싶은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으면 '조선 시대 왕이 미쳐서…그 영화 뭐지?' 이런 지엽적인 정보만으로 콘텐츠가 검색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AI 언어 분야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왔지만, 그런데도 아직까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았다. 특히 온갖 곳에 산재한 언어 데이터들을 사람이 기계에 하나하나 학습시켜야 하는 것은 큰 난제다.
다만 최근 대규모 자연어처리 인공지능 시스템 ‘GPT-3’이 등장하며 역동적인 속도로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최 랩장의 설명이다.
그는 “GTP-3 같은 모델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아직 많은 자원과 비용 투자가 필요하므로 저희 랩에서는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