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세입자의 월세 부담 역시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집주인이 늘어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세의 반전세나 월세 전환이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이 껑충 뛰면서 집주인이 내야 할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도 큰 폭으로 늘게 됐다. 정부는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으로 거둬들이는 재산세가 지난해보다 3600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늘어나는 종부세를 더하면 집주인들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는 1주택자나, 보유 주택의 합산 공시가격이 6억 원을 넘는 다주택자는 종부세 대상이 된다. 6월부터 3주택(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종부세는 0.6~3.2%에서 1.2~6.0%로 상향된다.
시장에서는 보유세 강화와 저금리 장기화로 보증금 대신 월세를 올려 조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지우는 집주인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늘어날 때마다 조세 전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95㎡형은 이달 13일 보증금 4억 원, 월세 170만 원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동일 평형은 지난달 보증금 5억 원, 월세 11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인근 M부동산 관계자는 “보증금은 낮추더라도 월세를 많이 받으려는 게 요즘 추세”라며 “집값 상승 기대감에 집을 파는 대신 월세를 대폭 올려 세 부담을 줄이려는 집주인들이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토부가 확정일자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올해 1월 전월세 거래량은 17만9537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 증가했다.
전세는 10만5906건으로 1년 전보다 1.1% 줄었다. 반면 월세는 7만3631건으로 10.7% 급증했다.
전체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41.0%로 1년 전보다 2.7%포인트(p) 올라갔다. 아파트 월세 비중은 37.0%로 4.6%p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등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더 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월세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주택 공시가격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면 전세가 반전세나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월 임대료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조세 전가로 임차인들의 주거비용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한 세입자는 “거래세(양도세)와 보유세를 모두 올려 다주택자의 퇴로를 막아놓으면, 결국 조세 전가로 무주택자만 피해를 보고 내 집 마련은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