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버블과 다르다고?’...“2021년 주식시장은 2000년과 끔찍하게 닮았다”

입력 2021-03-10 17:25 수정 2021-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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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대화도 비슷
펀더멘털 약한 기업에 무작정 투자

▲미국 주요 증시 등락률 추이. 다우지수/S&P500/나스닥.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주요 증시 등락률 추이. 다우지수/S&P500/나스닥.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사상 최고치 경신 후 소폭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증시를 두고 20년 전 닷컴버블을 닮았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상투적인 말이 있다. ‘이번은 다르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고 말하는 그 자체가 바로 다르지 않다는 신호라고 CNN이 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움직임이 2000년 닷컴버블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사람들이 주식·가상화폐를 두고 나누는 대화는 1990년대 말 투자 및 경제 사이트 ‘레이징 불(Raging Bull)’과 ‘야후파이낸스(Yahoo Finance)’ 게시판에서 퀄컴과 시스코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두고 나누는 대화와 거의 비슷하다.

광풍의 모습도 닮았다. 최근 주식 시장은 게임스톱 등 인터넷 밈(meme, 인터넷 문화 현상) 주가 폭등, 기업공개(IPO)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의 대폭 증가. 테슬라와 비트코인의 혀를 내두를 정도의 가격 상승을 특징으로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시장에서 투기가 날뛰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분석한다.

투자자들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의 주식을 무작정 사들이면서 펀더멘털의 허약함을 무시하고 있다. 게임스톱, AMC, 익스프레스(EXPR), KOSS 주가 모두 이를 배경으로 치솟았다.

1990년대에도 시장 거품을 보여주는 흐름이 있었다.

당시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온라인 부문 분사에 나섰다. 예를 들어 ‘반스앤노블(Barnes and Noble)’은 당시 신생 아마존과 경쟁을 위해 반스앤노블닷컴을 분사했다.

또 소위 트랙킹 주식(tracking stocks, 회사의 특정사업부문을 떼어내 발행하는 주식)을 만들었다. 트랙킹 주주들은 다른 상장기업들과 달리 기업 이슈 관련 투표권을 갖지 못했다.

디즈니는 고닷컴(Go.com)이라 불리는 트랙킹 주식을 보유했고 1999년 GE가 소유하고 있던 NBC는 NBCi를 만들었다. 이들 주식들은 현재 모두 사라졌다.

수익은커녕 매출도 못 올리는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에 나선 것이다. 나스닥 고점 직전인 2000년 2월, 펫츠닷컴이 IPO 후 붕괴한 사건은 끔찍한 시장 과열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현재 IPO,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ㆍSPAC)을 통해 상장하는 유니콘들은 펫츠닷컴과 다른 면이 있기는 하다. 에어비앤비, 도어대시 등은 업계 선두주자들이다.

그러나 이들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말이 안 된다는 평가다. 상당수가 매출 급증에도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S&P500을 주도하는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MS)조차도 주가가 합리적이라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가 향후 12개월간 기대 수익 대비 21배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2000년 3월의 24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최상의 낙관적 전망에 기댄 것으로 작은 변수에도 휘청일 수 있다는 의미다. 거품 주식들의 하락세가 시작되면 약세장이 길고 그 여파도 심각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2000년 3월 나스닥은 3000과 4000을 지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5000을 돌파했다. 거의 광적이었다. 그러나 닷컴버블 붕괴 후 2015년 3월까지 5000선을 다시 회복하지 못했다.

이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나타난 잠깐의 약세장이 기술주와 모멘텀 주식에 앞으로 닥칠 ‘맛보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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