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총수가 21년 만에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바뀐다. 효성그룹 역시 조석래 명예회장 대신 조현준 회장이 총수로 나서게 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를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른바 '동일인(총수) 변경 신청'이다.
사실상 정 명예회장의 재계 은퇴를 의미하는 동시에 정의선 시대가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마지막 수순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번 신청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동일인이 변경되면 2000년 9월 현대차그룹 출범 이후 21년 만에 총수가 변경되게 된다.
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공시대상 기업 집단, 이밖에 10조 원 이상의 상호 출자 제한 기업 집단을 지정해 매년 5월 발표한다. 이때 실질적으로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총수, 즉 동일인을 함께 명시한다.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은 본연의 업무인 공정거래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누가 총수가 되느냐에 따라 △특수관계인 △총수 일가 △사익편취 집단 등 공정거래 대상 범위가 결정된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은 실질적으로 기업에 얼마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보유 지분이 적더라도 기업의 경영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공정위가 지정한 동일인이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총수 변경은 이미 몇 해 전부터 거론됐다.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정의선 당시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시작했다. 그룹 전반에 걸쳐 경영상 책임을 지고 있고 지배력을 강화한 만큼, 이번 총수 변경 신청은 예정된 절차라는 게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앞서 정몽구 명예회장은 오는 24일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임기를 1년 남긴 상황에서 물러나는 만큼, 이번 등기이사직 사임은 사실상 정 명예회장의 재계 은퇴를 의미한다.
효성 그룹 역시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총수를 변경한다.
효성그룹은 조 명예회장의 병원 진단서를 제출하며 건강 상태를 동일인 변경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명예회장의 주식의결권(9.43%) 일부를 아들 조 회장에게 위임하겠다는 내용의 서류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장남 조현준 회장이 지주회사 지분 21.94%, 3남 조현상 부회장이 21.42%를 보유 중이다.
효성 측은 "조 명예회장이 올해 만 85세로 고령인 데다 지병인 담낭암이 재발해 건강이 매우 안 좋은 상황"이라며 "실질적인 경영권은 2017년 취임한 조 회장이 행사하고 있고, 실질적인 경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동일인 지정이 변경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