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권, 코로나 팬데믹에 통합 압박 거세

중소은행 중심으로 M&A 활발해질 듯
해외은행 미국 법인도 주요 타깃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시내에서 지난해 11월 2일(현지시간) 대선을 앞두고 폐쇄된 US뱅크 ATM기기 앞을 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LA/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여파에 미국 중소형 은행들 사이에 통합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주 M&T뱅크가 피플스유나이티드파이낸셜을 76억 달러(약 8조5600억 원)에 인수한 것을 기점으로 미국 은행업계 인수·합병(M&A) 움직임이 한층 더 거세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대형 은행 사이에서도 통합이 진행됐다. 미국 내 자산 규모 7위인 PNC파이낸셜서비스가 지난해 11월 스페인의 BBVA의 미국 자회사를 116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고, 12월에는 헌팅턴뱅크가 TCF파이낸셜을 인수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미국 중소은행들을 중심으로 더 많은 거래 일어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US뱅크는 물론 시티즌스파이낸셜, 캐나다의 TD뱅크, 뱅크오브몬트리얼 등이 잠재적 매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매물로는 미국 지역 소규모 은행이나 스페인의 산탄데르와 같은 미국에 진출했지만 현지 법인 운영이 여의치 않은 은행이나 대출업체들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TD뱅크는 HSBC 미국 법인의 강력한 잠재적 매수자로 거론된다. M&A 업계 관계자는 “현재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딜(Deal)을 진행하고 싶어한다”면서 “이것이 과거와 현재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은행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규모의 경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다고 FT는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조치로 고객들이 지점 방문이 줄어들면서 디지털뱅킹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이러한 투자는 중소은행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은행들의 합병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점도 은행업계 M&A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지역은행인 퍼스트시티즌스는 지난해 10월 CIT그룹 인수를 발표한 이후 주가가 두 배 이상 올랐다. PNC 역시 BBVA 자회사 인수 발표 후 한 달 사이 주가가 40% 넘게 올랐다.

다만 변수는 있다. 이미 대형 은행들이 메가 딜을 진행해 장전된 총알의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과 함께 규제 당국이 은행 운영 리스크 등을 우려해 동시다발적인 M&A 움직임을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대박 M&A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일년에 1~2건 M&A가 이뤄지던 때로는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