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배터리는 원리가 태양광 발전과 유사하지만, 햇빛 대신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전자를 받아 전기를 생산한다고 2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소개했다.
이 배터리는 우주선이나 지하자원 채굴 장비 등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유효한 전력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이아몬드는 단지 보석일 뿐만 아니라 공구로도 이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반도체로도 사용된다. 일본 국립 물질·재료연구기구 산하 연구팀인 와이드갭반도체그룹은 다이아몬드 기판에 다이아몬드 박막을 부착해 반도체 소자인 PN접합다이오드를 만들어 전력을 발생시켰다. 이 그룹의 리더인 고이즈미 사토시는 “깨끗한 결정이 있는 다이아몬드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제품 배터리는 베타선을 전기로 바꾸는 베타볼테익(Betavoltaic) 배터리로, 원자력 배터리의 일종이다. 태양광 전지는 다이오드에 빛을 발산하지만, 베타볼테익 배터리는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인 ‘베타선’을 사용한다. 베타선은 전자 그 자체다.
방사성 물질의 원자핵은 불안정하며 다양한 방사선을 내고 붕괴한다. 그중 탄소14와 니켈의 방사성 동위원소인 ‘니켈63’ 등이 베타선을 방출한다. 탄소14는 반감기가 약 5700년, 니켈63은 약 100년에 달해 이론적으로는 최소 100년이 가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베타볼테익 배터리는 21세기 들어 미국 기업이 탄화규소를 사용해 선보였다. 다이아몬드가 에너지 변환 효율은 높지만, 반도체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
물질·재료연구기구는 1990년대부터 불순물 제어 등을 통해 다이아몬드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 이번 배터리를 실현화했다. 아직 소자 수준이지만, 소재 단계에서 변환 효율은 약 28%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베타선 대신 전자현미경 등에 쓰이는 전자를 이용했지만, 앞으로는 니켈63을 쓸 예정이다.
일본 이외 다른 국가에서도 다이아몬드 배터리 연구가 한창이다. 영국 브리스톨대학은 지난해 원전에서 사용한 흑연 표면에 많이 존재하는 탄소14를 사용한 다이아몬드 배터리를 발표했다. 이는 방사능 폐기물인 흑연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실용화에는 안전을 위해 방사선 차폐가 필요하다. 베타선은 감마선 등과 달리 알루미늄 등 얇은 금속판으로 감싸는 것만으로도 차폐가 가능하다.
출력이 매우 작은 것도 과제다. 용도를 넓히려면 출력을 높이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다이아몬드 배터리는 내열성이 우수하고 구조도 간단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고이즈미 그룹 리더는 “고온에서도 작동할 수 있어 우주 탐사 기기 이외에도 광물 탐사 등으로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