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우리 겨레의 자긍심이 깃든 인삼

입력 2021-02-1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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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인삼류 수출이 전년보다 9.3% 증가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사실 인삼은 우리나라 최초의 글로벌 상품이기도 하다.

고려인삼은 뛰어난 효능으로 삼국시대부터 중국의 위(魏), 수(隋), 당(唐)나라와의 외교활동이나 교역에 사용되며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일본에서는 17세기 조선의 인삼을 수입하기 위해 일본 내에서는 통용되지 않고 오로지 조선 인삼 무역에만 이용하는 '인삼대왕고은(人蔘大王高銀)'이라는 전용 화폐를 주조하기도 했다. 서양에는 1637년 네덜란드인에 의해 처음으로 알려졌으며 1688년 우리나라에 표류했던 '하멜'에 의해 고려인삼의 효능이 소개되기도 했다.

인삼의 학명은 '파낙스 진생(Panax ginseng)'이다. '파낙스(Panax)'는 그리스어로 '모든'을 뜻하는 'Pan'과 '의약'을 뜻하는 'Axox'의 합성어로 '만병통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실제로 피로 개선, 면역력 증진, 기억력 개선, 혈행 개선, 항산화 등 인삼의 다양한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더불어 지난해 11월에는 우리나라의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가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농경 분야에서 무형문화재 지정은 이번이 첫 사례이다. 문화재청은 지정 배경에 대해 인삼 관련 문화가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점, 조선 시대의 각종 고문헌에서 그 효과와 재배 관련 기록이 확인된 점, 한의학을 비롯한 관련 분야의 연구가 활발하고 농업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연구 가능성이 높은 점, 그리고 재배 농가를 중심으로 지역별 인삼조합, 인삼 재배 기술과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연구 기관과 학회 등 수많은 공동체와 관련 집단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무형문화재 지정은 인삼 종주국인 우리나라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가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한국의 대표 약용식물인 인삼의 재배와 가공 기술, 복용 등과 관련된 문화를 보존, 전승하고 인삼의 역사성과 학술성, 기술성 등의 가치를 확산하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농촌진흥청은 그간 우리나라 인삼산업 발전을 위해 우량 품종 육성과 안정 생산 기술 개발, 부가가치 향상 및 새로운 수요 창출에 필요한 기술 개발에 매진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동물실험과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인삼의 '뼈 건강 개선'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삼의 새로운 기능성을 하나 더 인정받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인삼이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 완화에도 효과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밝혀내 현재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등록을 추진 중이다.

재배 측면에서는 장마와 폭염 등 재해에 강한 시설을 개발했다. 이 시설은 필름 소재의 하우스 위에 지붕처럼 차광막을 추가로 설치하고 천정을 통해 열 배출이 원활하도록 설계한 이중구조 하우스다. 기존 시설 대비 여름철 하우스 내부 온도를 3~5℃가량 낮출 수 있고, 인삼 수량을 30~50% 더 늘릴 수 있다. 신품종 육종에서는 염류가 많은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천량'을 필두로 점무늬병 저항성이 강한 '고원', 고온 저항성이 우수한 '진원' 등 다양한 형질의 품종을 개발했다.

1500여 년의 긴 역사를 이어오며 우리 겨레의 자긍심과 문화가 깃들어진 신비의 명약, 인삼. 이제 인삼이 현대의 과학기술과 만나 새로운 천년을 더욱더 튼튼하게 하는 기틀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품종 육성, 생산 및 가공 기술 개발로 그 가치를 확산하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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