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미들의 반란] ② 밀레니얼 세대가 헤지펀드를 패퇴시킨 비결은

입력 2021-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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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옵션·SNS’ 무기로 거대 자금력 ‘헤지펀드’ 궁지로 몰아넣어
당국 “상황 적극 모니터링 중”…주가 폭등 면밀 조사할 듯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있는 게임스톡 매장 모습이 보인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있는 게임스톡 매장 모습이 보인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아마추어 개미 집단이 무서운 저력을 나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 안에 틀어박혀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던 밀레니얼 세대들은 소셜미디어(SNS) 채팅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단결,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주도한 헤지펀드들을 패퇴시켰다.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대해 개미들이 집단 매수로 맞서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이 이미 판 종목의 주식을 갚아야 하는 이른바 ‘쇼트 스퀴즈’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개미들의 반란은 SNS 레딧에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주식정보 공유 토론방에서 시작됐다. 이곳을 중심으로 뭉친 개미 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선 것이다.

아무리 집단으로 움직였다고 해도 거대한 자금력을 가진 헤지펀드들을 궁지로 몰아넣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도시마 잇츠오 토시마&어소시에이트 대표는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한 비결이 바로 ‘옵션 활용’에 있다고 분석했다. 콜옵션과 SNS를 무기로 마치 비디오 게임을 하듯 헤지펀드와 대결했다는 것이다. 콜옵션이란 적은 밑천으로 어떤 한 주식을 특정 시점에 특정 주가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고객이 내는 것은 옵션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무배당 보험료뿐이다. 따라서 손실도 보험료의 범위로 한정된다.

개미 투자자들은 헤지펀드가 공매도 공세를 취하고 있던 종목의 콜옵션을 마구 사들였다. 현 주가를 크게 웃도는 주가를 살 권리 등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싸게 살 수 있었다. 자택 대기로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초보 투자자도 충분히 살 수 있는 범위다.

▲월스트리트베츠 로고와 함께 휴대폰 화면에 소셜미디어(SNS) 레딧의 로고가 보인다. AFP연합뉴스
▲월스트리트베츠 로고와 함께 휴대폰 화면에 소셜미디어(SNS) 레딧의 로고가 보인다. AFP연합뉴스
포인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대량의 콜옵션을 판매한 업자 측에 있는데, 아무리 실현성이 낮은 콜옵션이라 하더라도 총액이 늘어나면 만일을 대비해 헤지 차원에서 주식을 사둘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과 같이 메뚜기떼처럼 매수 주문이 쇄도할 경우 심리적으로도 헤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긴박감이 높아진다. 그 결과 주가가 서서히 오르고, 개미 투자자들이 사들인 콜옵션의 가격도 올라 한층 더 새로운 매수세를 유발한다. 그러면 업자 측도 한층 더 헤지 매수를 늘리고, 연쇄적으로 구매가 구매를 불러 짧은 시간에 주가가 수십% 폭등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투기 행위가 일상화하게 된다면 주식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당국도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SEC는 최근 성명을 통해 “투자자 보호와 효율적인 시장 관리를 위해 관련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며 “상황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비롯한 조 바이든 행정부 경제팀이 게임스톱 등 이상 주가 흐름을 보이는 주식들과 증시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규제 당국이 게임스톱 주식 폭등을 면밀하게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일각에서는 소셜미디어에서 여론을 주도해 특정 주식을 띄우는 행위를 사실상 주가 조작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을 현행법 위반으로 보기 애매하다는 견해다. 아울러 인터넷 게시물들이 시장을 조작하려는 불법적 계획의 일부라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 개미들에게 책임을 물어 규제하는 일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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