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을 지키자④] 때리는 아빠, 지켜만 본 엄마…방조가 키운 아동학대

입력 2021-01-21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생후 16개월의 영아가 학대를 받은 끝에 사망했다. 정인 양의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밝혀졌다. 국민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결국 검찰은 법의학자와 전문 부검의를 통해 정인 양의 사인을 재감정한 뒤 양모에게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했다.

양부는 양모의 학대를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정인 양을 향한 학대 행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정인이를 죽게 하려는 고의가 입증된다고 해도, 양부의 법정형은 양모가 받을 형량의 절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형법상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하는데, 종범의 형은 범인(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정범의 형에서 절반을 줄이는 ‘방조 감경’을 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장애 아동을 포함한 어린이집 원생 10명을 학대한 보육교사 6명이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은 아이들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고 분무기로 얼굴에 물을 뿌리는 등 아동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21일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2019년 전국 법원에 아동복지법 위반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접수된 사건은 918건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혐의는 인정되나 처벌보다 훈육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아동보호사건은 4153건이 접수됐다.

엄마는 지켜만 보고 있었다

생후 2개월의 수철(가명) 군은 아빠의 반복적인 학대로 오른쪽 팔과 양쪽 다리가 골절됐다. 아빠는 TV 리모컨으로 수철 군의 얼굴과 어깨를 수차례 내려쳤다. 손목에 시계를 찬 상태로 얼굴을 때렸다. 수철 군을 안고 있던 상태로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했다.

수철 군은 두개골이 깨져 뇌 안에는 혈종이 고였다. CT 촬영 결과 전두엽 뼈가 모두 부러졌다. 오랜 기간 가해진 충격으로 골절이 만성화해 뼈가 기형적으로 굳었다. 경막하 출혈로 뇌수술까지 받았다. 의사는 추후 운동신경 저하나 지적장애 등 후유장해가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엄마는 지켜만 보고 있었다. 수철 군을 향한 아빠의 학대를 전부 목격했다. 수철 군의 얼굴에서 피가 흘러내린 것을 보고도 방치했다. 엄마는 법정에서 “수철이가 다친 것을 몰랐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우연히 집을 방문한 교회 사람들조차 수철 군의 상태를 알아채고 병원에 데려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아직 돌도 안 지난 피해 아동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함은 물론 정신적 고통 속에서 평생 살아가야 한다”며 아빠에게 징역 4년을, 엄마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거제시에서는 아이가 씻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양부가 3세 아동을 세탁기에 집어넣고 플라스틱 칼로 온몸을 때린 아동학대가 발생했다. 양부의 이 같은 범죄가 수차례 반복되는 데도 친모는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묵인으로 범죄를 용인했다. 재판부는 친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친모에게는 방조 감경을 적용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어느 재판부의 양형 이유…"학대 아동 사망 원인은 방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10건 중 8건이 가정에서 발생했다. 부모가 가해자인 경우는 80%에 달했다. 아동학대 사건이 대부분 가정에서 일어나는 만큼 부모 중 한 명은 신고해야 학대를 멈출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2018년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3만3532건 가운데 부모가 아동학대를 신고한 사건은 6089건(18.2%)에 불과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동학대 방조 범죄를 입증하는 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며 “그런데 아동학대 사건 대부분이 집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목격자도 없고 증거를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집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주로 행해지는 범죄인 만큼 부모 중 한 사람이 신고해야 한다는 의미다.

울산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주영 부장판사)는 아동학대치사 사건 양형 이유에 방조 문제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이 사건은 친부가 아내와 함께 집에서 ‘온라인게임 아이템 채굴’로 생계를 유지하던 중 생후 50일 정도 된 아이가 잠을 자지 않고 보채자 샤워타월로 몸통과 다리를 묶고 머리를 가격해 사망한 아동학대 범죄다.

재판부는 “아동학대 사건은 부모에 의한 학대가 80% 이상이고 가정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82%로 이를 외부에서 인지하고 대처하는 것에 어려움이 크다는 점이 아동학대의 효과적 대응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며 “부모 중 한 명에 의한 학대를 인지한 남은 부모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아동학대 피해자의 죽음에는 방조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인식 수준이 일조했다”며 “주위의 적극적인 개입과 신고, 단호한 처분이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세계 야구 최강국 가리는 '프리미어12'…한국, 9년 만의 우승 가능할까 [이슈크래커]
  • ‘뉴롯데’ 시즌2 키 잡는 신유열...혁신 속도 [3세 수혈, 달라진 뉴롯데]
  • '트럼프 랠리'에 8만9000달러 넘어선 비트코인, 어디까지 갈까 [Bit코인]
  • 오늘 최강야구 시즌 마지막 직관전, 대학 올스타 티켓팅…예매 방법은?
  • 긁어 부스럼 만든 발언?…‘티아라 왕따설’ 다시 뜨거워진 이유 [해시태그]
  • 뉴욕 한복판에 긴 신라면 대기줄...“서울 가서 또 먹을래요”[가보니]
  • 트럼프株·비트코인 못잡았다면 ‘상장리츠’ 주목…잇달아 유증
  • [글로벌마켓 모닝 브리핑] ‘트럼프 랠리’에 기록 대행진…다우 사상 첫 4만4000선 돌파
  • 오늘의 상승종목

  • 11.12 11:54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2,535,000
    • +7.85%
    • 이더리움
    • 4,634,000
    • +3.6%
    • 비트코인 캐시
    • 637,000
    • +2.49%
    • 리플
    • 843
    • +1.32%
    • 솔라나
    • 303,900
    • +3.3%
    • 에이다
    • 814
    • -2.86%
    • 이오스
    • 797
    • -2.21%
    • 트론
    • 236
    • +2.16%
    • 스텔라루멘
    • 160
    • +3.23%
    • 비트코인에스브이
    • 85,750
    • -0.29%
    • 체인링크
    • 20,530
    • +1.03%
    • 샌드박스
    • 425
    • +0.2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