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의심 신고 즉시 피해 아동을 부모와 분리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무분별한 분리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3월부터 2회 이상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 아동을 즉시 분리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16개월 입양아 정인 양 사망 사건을 계기로 1회 신고 시 즉시 분리해 피해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14일 “1회 신고 시 즉각 부모로부터 분리한 후 아이에 대해 엑스레이를 포함해 건강검진, 발달 검사는 필수”라며 “부모의 변명보다 아이의 몸이 말하는 학대신호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를 부모로부터 즉시 분리하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인 신고 등의 사례가 발생하면 해당 가정에 장기간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분리 조치된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서 여기저기 떠돈다"며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학대피해 아동 쉼터는 포화상태여서 지금도 쉼터에 못 가는 아이들은 보육원에 보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육원도 자리가 없으면 가출청소년이 모여 있는 시설에 간다"며 "이는 학대 상처 치유가 시급한 아이들이 거주하기에 적당한 장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기계적 분리는 답이 아니다”며 “즉시 분리가 아닌 ‘적시 분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후관리 대책도 숙제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 아동을 가정에서 적시에 분리한 뒤 다음 단계가 더 중요하다”며 “어린아이가 낯선 곳에 가서 불편함을 느끼면 그것대로 상처가 될 수 있어 아동보호전문기관 시설과 인력을 확충하는 등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구조의 아동학대 대응기관 일원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아동학대 사건 발생의 경우 조사 전문성 강화를 위해 아동전문보호기관, 아동학대 조사 공무원들에게 사법 경찰권을 부여하는 등 현장 조사 단계에서 직접적인 개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경찰과 아동전문보호기관 등으로 나뉘어 있는 대응 체계를 일원화하는 등 사후관리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