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산업은행의 조건부 지원 조건을 수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노조는 산은이 제시한 '파업 중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 연장'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노조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산은의 제안에 대한 뜻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12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흑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체의 쟁의 행위를 중지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해주길 바란다"라며 "단체협약을 1년 단위에서 3년 단위로 늘려서 계약해달라"고 제시했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 기업이 정상화하기 전에, 흑자도 되기 전에 매년 노사협상한다고 파업하는 자해행위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라며 "사업성 평가와 함께 두 가지 전제조건이 제시되지 않으면 산은은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방적으로 노조를 핍박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쌍용차를 살리는 마지막 각오에서 부탁하는 것이니 꼭 들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무분규 선언을 한 뒤 11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 지은 만큼,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이 다소 의외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산은이 그간 쌍용차를 추가 지원하는 것에 부정적이던 뜻을 바꾸기 위해 일종의 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또한, 산은이 2018년에 8100억 원을 지원한 한국지엠(GM)이 흑자를 거두기 전에 쟁의 행위로 생산 차질을 빚자 선제적으로 쌍용차 노조에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해석도 있다.
산은은 현재 쌍용차,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 투자자로 거론되는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와 협의체를 구성해 쌍용차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조건을 논의 중이다.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의 채무를 재조정한 뒤 재산정된 가격에 인수하는 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는 유동성 위기로 2009년에 이어 지난해 12월 21일 두 번째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했다. 법원이 쌍용차가 신청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받아들여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은 2월 28일까지 보류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쌍용차의 경영 상황을 고려하면 노조가 산은의 조건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그간 쌍용차 노조가 회사와 협력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점도 이러한 전망이 힘을 보탠다. 쌍용차의 대표노조인 기업노조는 회사의 기업회생 신청 후 "총 고용이 보장된 회생절차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지분 매각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단행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노조가 산은의 조건을 즉각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상존한다. 실제로 금속노조는 성명을 통해 “쌍용차가 처한 위기는 대주주 마힌드라의 약속 어기기와 산업 당국의 외투 기업 정책 부재가 만든 비극”이라며 “책임이 없는 노동조합을 끌어내 당신들 탓이라고 겁박하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라고 반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