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글로벌 선박 수주잔량 비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98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 컨테이너선 운임 증가 등 여러 변수로 수주잔량 비율은 올해 회복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5일 영국 조선ㆍ해운 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12월 초 기준 글로벌 선박 수주잔량은 1억5250만DWT(재화중량톤수ㆍ2603척)이다.
이는 기존 운영 선대 대비 7.2%에 해당한다. 클락슨리서치는 “해당 수주잔량 비율은 1980년대 이후 최저치”라고 분석했다.
수주잔량 비율 감소는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글로벌 선박 발주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경기 불확실성으로 선주들이 선박 주문을 미룬 데 따른 결과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1~11월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한 1447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에 머물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조선소 통폐합 및 조선업체 감소 등 산업환경 변화 또한 수주잔량 비율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수주잔량 감소는 조선업계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일감이 줄어들면 조선사는 최악의 경우 정리해고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수주잔량 비율은 다행히 올해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주요 국가들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선주들이 기존의 노후화된 선박을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EU는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 거래제도에 해운업종을 포함하기로 했다.
해당 조치로 EU 회원국이 관할하는 항만에 기항하는 5000톤 이상의 모든 선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
선주들은 규제를 지키기 위해 기존 선박에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설치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을 도입해야 한다.
컨테이너선 운임 증가 또한 수주잔량 상승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해상 운송 항로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1일 역대 최고치(2783.03)를 기록했다. 선주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컨테이너선 발주를 재개할 수 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선박 발주 규모는 2380만CGT로, 전년(1880만CGT, 예상치) 대비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여러 변수로 지연된 선박 잠재 수요가 올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