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아동확대 방지법' 뒷북 논란
"필요 인력ㆍ예산 확충이 보다 중요"
여론과 미디어를 통해 표출되는 건 분노뿐이다. 민법에서 과도하게 보호되는 친권, 양육·훈육에 사법·행정이 개입하는 데 거부감이 큰 법감정,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제한적 집행력, 부족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등에 대해선 문제 제기가 거의 없다. 2019년 11월 24일 가수 구하라가 숨졌을 때 모든 책임이 악플러(악성댓글 작성자)와 전 남자친구에게 쏠렸던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엔터테인먼트사의 소속 연예인 관리, 자극적 언론 보도와 일부 팬들의 과도한 관심 등은 문제로 거론되지 않았다.
정인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법·개선 논의는 정치적 목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16개월 정인이의 가엾은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아동학대 형량을 2배로 높이고 학대자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입법을 음주운전 처벌 강화(도로교통법 개정안), 중대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 처벌(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등과 ‘패키지’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2019년 12월에도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다른 법안과 묶어 패키지 처리했다.
문제는 특정 목적으로 특정 대상에 책임을 전가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정치권과 여론의 요구대로 전수조사했고, 종합대책을 만들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어떤 대책을 만들 것인가보다 중요한 게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인데, 전담공무원 확충이나 예산 증액에는 대책을 요구했던 누구도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해자가 악하고,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문제의 전부란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우선은 경찰을 비롯한 담당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할 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사회 전반으론 학대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