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인간일까?”
지난해 초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며 관심을 모았던 삼성전자 인공인간 프로젝트 ‘네온’(NEON)이 올해 세계 최대 ITㆍ가전 전시회인 CES에 또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프로토타입(시제품) 수준이었지만, 올해 행사에선 한층 발전된 형태의 네온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네온을 개발하는 ‘스타랩스’ 최고경영자(CEO)인 프라나브 미스트리는 지난해 말 고객과 파트너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우리는 사실상 CES 2021에 참가할 것”(We will be at CES 2021 virtually)이라고 밝혔다. 스타랩스는 삼성전자의 미국 연구·개발(R&D) 조직인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SRA) 산하 연구소다.
미스트리 CEO는 CES 참가 소식을 전하면서, 지난해 네온 프로젝트가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2020년 스타랩스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라며 “팀 규모를 세 배로 확장했고, 한국에 지사를 개설했다. 미국 본부도 캘리포니아 로스 가토스(Los Gatos)로 옮겼다”고 말했다.
네온은 실제 사람과 같은 형상과 표정을 본뜬 인공인간 시스템이다. 단순히 인간의 모양을 흉내 낸 것을 넘어서, 감정이나 기억 등을 학습해 인간과 자연스러운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네온은 코어 R3라는 핵심 소프트웨어에 의해 구동된다. '현실(Reality), 실시간(Realtime), 즉각 반응(Responsive) 등 3대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의 앞글자를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미스트리 CEO는 MIT미디어랩을 거쳐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014년 만 33세로 상무, 지난해 전무로 승진한 최연소 임원이다. 2019년 9월 네온 프로젝트를 맡은 후 CES 2020에서 4개월 만에 결과물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당시 전시회에선 20여 가지 시제품 형태의 네온 프로젝트 결과물이 공개됐다. 성별, 나이, 직업 등 다양한 범주의 인공인간이 방문객을 맞았다.
올해 CES에선 한 발짝 더 나아가 상용화된 인공인간 프로젝트의 모습이 드러날 예정이다. 미스트리 CEO 역시 네온의 상용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회사 연구·개발이 빠르게 진행됐고, 이에 따라 하반기에 네온 워크포스(NOVIN WorkForce)®, 네온 콘텐츠 크리에이션(NON Content Creation)이라는 신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라고 했다.
두 가지 상용화 방안은 모두 B2B(기업 대 기업) 사업 모델이 중심이다. 전자는 인공인간을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후자는 인공인간이 고객의 요구나 민원에 응대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스타랩스는 이 두 가지 서비스에 대해 CJ 올리브네트웍스, 신한은행과 각각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상품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1일 신한은행의 신규 사업모델 연구 공간인 ‘익스페이스(Expace)’ 개막식에선 상용화한 네온 베타버전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네온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되는 갤럭시S21나 갤럭시 기기에 탑재될 것이라는 일각의 추측은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스트리 CEO는 지난달 1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네온은 독립적인 서비스로, 갤럭시S21이나 다른 갤럭시 기기들에 탑재되지 않는다”라며 “네온은 B2B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