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4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올해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집계됐다. 새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전셋값이 급등한 영향이다.
28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12월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67.1%로 지난 1월(66.9%) 수치를 넘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1월부터 내리 하락하다가 9월(64.7%)부터 반등해 4개월째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56.1%)도 지난 8월(53.3%) 이후 4개월 연속으로 오르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경기 아파트 전세가율(72.3%)도 올해 들어 기록한 종전 최고였던 지난달 수치(72.1%)를 넘어섰다. 인천 또한 아파트 전세가율이 지난 8월(71.0%) 이후 4개월 연속으로 상승해 이달 73.6%에 이르렀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은 지난 7월 31일 시행된 임대차법의 영향으로 보인다. 전유례없는 전세난이 벌어지면서 전셋값이 급등한 탓이다.
문제는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투자 방식)를 통한 매매가 상대적으로 쉬워진다는 점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탄현2단지삼익' 전용면적 59㎡형은 지난 8일 2억1500만 원(17층)에 전세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25일 2억500 만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1000만 원 더 비싸 자기 자본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집을 산 셈이다.
일산서구 일대는 매매가와 전셋값이 같거나 가격 차이가 5000만 원 이하인 단지가 최근 3개월간 54곳에 달했다. KB 통계로 일산서구 아파트 전세가율(80.1%)은 지난달 80%를 넘은 데 이어 이달 80.6%까지 상승했다.
이처럼 갭투자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 가뜩이나 불안한 집값이 한바탕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갭투자자는 임대차시장에 전세 물량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지만 가수요를 유발해 매매가격을 밀어올릴 수 있어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 최대 성수기인 새해 겨울방학 이사 철과 봄 이사 철이 전세난의 고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