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수주를 잇달아 따내고 있는 조선업계가 연간 목표 매출에 근접했지만, 만성적 불확실성에 따른 고평가 시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주들이 주가 도약과 고평가 하방압력 사이 갈림길에 놓였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전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에 4035억 원(매출 대비 5.5%) 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2척을 수주했다.
같은 날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이 파나마 소재 선사에 6072억 원 규모(17.41%) LNG선 3척을 수주했다.
앞서 21일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이 컨테이너선 4척, LNG선 3척을 수주했는데, 컨테이너선 총 계약금액은 4512억 원, LNG선은 6043억 원이었다. 삼성중공업도 4082억 원 규모 LNG선 계약을 따내며 연말 수주를 이어갔다.
조선업은 연말 쏟아지는 발주 물량에 반색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조선 4사(한국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삼성중공업·삼호중공업)의 11월 이후 발주 선박만 68척이며 총 10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두 달 동안 4개사의 올해 연간 상선 목표 267억3000만 달러(29조6542억 원)의 30.7%에 해당하는 물량을 수주한 셈이다.
상선 수주달성률은 한국조선해양 45억 달러로 84%(21일 기준), 현대삼호중공업 25억 달러로 79%, 대우조선해양 42억 달러로 58%, 현대미포조선 23억 달러로 90% 달성이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개발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조선업체들의 수주도 하반기 들어 늘어났다. LNG선 정도만 기대했던 시장에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 등 지표개선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전반적인 조선 업황을 나타내는 수주잔고가 전년보다 아직 반등하지 못했지만, 국내 조선 업체가 주력으로 선종인 LNG선과 컨테이너선의 지표는 낙관적이다. 중국의 10월 LNG수입량은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했다. LNG선 운임도 최근 2년간은 12월이 되면 전월 대비 감소했지만, 올해 12월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12월 운임으로는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컨테이너선의 상황도 나쁘지 않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은 올해 컨테이너물동량 증가율을 전월보다 1.2%포인트 개선된 -2.4%로 전망했다.
조선 4사의 ‘비중 확대’를 제시한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수주 물량 남았고, 내년 상반기도 수주 증가 흐름 이어갈 것”이라며 “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최근 한 달 24% 상승했고, 유가 회복과 코로나19 백신에 따른 경제재개 기대, 원화 강세 등 발주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조선주의 주가가 이미 기대치를 상회하고 있다는 분석은 주가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화증권은 한국조선해양을 현재가 11만 원 선에서 2만 원 높은 13만 원의 목표주가 제시한 것 외엔 삼성중공업 5500원(현재가 7000원 선)과 현대미포조선 4만3000원(현재가 4만9000원 선) 등으로 낮은 목표가를 제시했다.
이봉진 한화증권 연구원은 “늘어난 수주가 매출 성장을 견인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점”과 “시장 전체의 재평가 없이는 과거 고점을 넘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