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교섭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 영국이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에서 EU 측 어선이 기존 어획량의 3분의 2를 확보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은 자국 수역에서 EU 측 어획량의 60% 삭감을 받아들이라고 주장했었는데, 협상 기한이 10일도 채 남지 않은 이날 추가적인 양보를 제안한 것이다.
EU가 영국 측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서 EU 측은 지난 18일 어업권과 관련해 25% 삭감이 최종 제안이며, 프랑스와 덴마크 등에서는 이것도 이미 수용이 곤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U의 초기 감축안은 18%였다. 관계자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는 영국 측의 새로운 제안에 응답하기 전에 어업 비중이 큰 회원국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앞서 양측은 영국이 올 1월 말 EU를 탈퇴하면서 원활한 브렉시트 이행을 위해 올해 말까지로 설정된 이행 기간 안에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협의에도 양측은 어업권과 공정한 경쟁 환경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협상 기한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까지 양측의 협상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년이 다 되도록 진척이 없었던 협상의 핵심 문제는 EU와 영국 사이의 해상 경계선을 오가는 70여 종의 수산물에 대한 어업권에 있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그동안 유럽국가들과 공동으로 소유했던 영국의 영해에서 온전히 자국의 어선들만 조업할 수 있도록 원상 복구하기 위해 애를 써 왔다.
하지만 EU는 영국이 지나치게 어업권을 주장해 이곳을 독점하려 하면 영국산 해산물의 주요 수출시장인 유럽시장에 진입할 때 수입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섰다. 무엇보다 영국은 어업권 문제가 자국의 해역 주권을 되찾는 브렉시트의 상징과도 같았던 사안이어서 양보할 여지가 거의 없었는데, 협상 기한이 코앞에 다가온 이날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만약 영국과 EU가 이대로 연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관세 등 무역 장벽이 발생, ‘노 딜 브렉시트’와 다름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영국과 유럽 경제를 더욱 짓누르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영국에서는 기존 바이러스 대비 전파 속도가 최대 70% 더 빠른 변종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혼돈에 빠진 상태다. 영국 예산책임처(OBR)는 영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합의 없이 내년 1월 EU와 완전히 결별하면 국내총생산(GDP)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 더 감소할 것이며, 일자리 역시 내년 하반기까지 30만 개가 추가로 사라질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