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과 집단소송제도,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등 소위 '징벌 3법'에 경제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17일 여당이 이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임시국회 처리 방침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지자 경제계가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기업을 처벌하는 내용이다.
30개 경제단체ㆍ업종별 협회는 1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제정에 대한 경제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벌금, 경영책임자 개인 처벌,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4중 제재를 부과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처벌법안”이라며 입법 추진 중단을 호소했다.
경제계는 “중대재해법은 사망사고 결과에 대해 인과관계 증명도 없이 경영 책임자와 원청에 중벌을 부과하는 법”이라며 “관리범위를 벗어난 것에 책임을 묻는 것으로 연좌제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재 국내 산업안전정책 기조와 관련해 사후처벌보다는 사전예방 정책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현재 우리나라의 산안법상 사망 재해 발생 시 처벌수위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처벌수위가 더 낮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 산업국과 비교하면 사고ㆍ사망자 감소 효과는 더 낮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에는 중대재해법의 강한 처벌 기준은 중소기업에 치명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99%의 사주가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며 "산업 재해가 발생하면 마지막까지 사후처리를 해야 할 대표자가 구속되고 회사도 문을 닫게 되는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형량을 가중하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올해 적용된 만큼 중대재해법의 필요성 여부를 중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경제계는 주장했다.
경제단체들은 "지금은 사후 처벌 강화가 아니라 사전 예방정책 강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법 등이 무더기로 통과돼 규제 쓰나미로 크게 상심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이 받는 충격과 좌절감이 어느 정도일지 정부와 국회가 십분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경제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뿐만 아니라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서도 꾸준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집단소송제란 기업을 상대로 피해자 일부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이기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같은 배상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기업 행위에 따른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관련 법안들은 내년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의견서에서 집단소송법 도입으로 △기업경영 큰 타격 △무리한 기획소송 남발 △소송 전 증거조사 등으로 인한 핵심 정보 유출 가능성 △원고 주장ㆍ입증책임 대폭 완화에 따른 기업 법적 리스크 증가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고 있는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해서는 △악의적 의도를 가진 소비자·업체들의 부당한 소송 가능성 증가 △소송 남발 가능성으로 인한 방어적 경영 활동이 불가피한 환경 구축 △영세사업체에 끼칠 수 있는 폐업 위기 △국내 법체계에 혼돈 초래 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으로 기업을 상대한 소송이 남발하면서 불필요한 비용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입법안이 통과하면 기업들이 기존 행정제재, 형사처분에 더해 민사적 처벌까지 ‘3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기업들이 형사처분과 행정제재, 민사소송에 시달리는 중에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도입되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소송 대응 여력이 없는 중소ㆍ중견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