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15일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에서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성차별적 노동시장을 지목했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노동자로서 생존을 위해 결혼·출산을 기피하거나, 출산·육아여건을 고려해 출산 후 노동시장 이탈(경력단절)을 선택해야 할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교육·임금수준이 높아질수록 결혼·출산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져 출산을 꺼린다는 다른 통계·연구와 상반되는 분석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이런 문제의식은 1차 기본계획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번 계획에서도 결혼·출산에 따른 기회비용을 줄이는 것보단,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여성의 고용여건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기업의 경영공시 항목 중 성별 고용정보를 채용, 임직원, 임금으로 체계화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노동위원회를 통한 성차별·성희롱 구제절차를 신설해 신속하고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제도를 도입한다. 피해사건에 대해선 시정명령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구제신청 처리기간도 단축한다. 이와 함께 여성이 몰린 돌봄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고, 이공계 여성 멘토링 등으로 과학기술 분야 진출을 지원한다. 또 여성 전용 벤처펀드를 통한 창업지원 등 미래 여성 핵심인력을 양성한다. 일반적인 저출산 대책과 거리가 먼 정책들이다.
위원회는 청년층의 인식도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았다. 남성은 결혼 후 맞벌이를 선호하면서도 양육·돌봄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라고 인식해 여성의 결혼·출산 기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현재 청년층의 인식이 과거보다 출산율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근거는 없다.
반면, 결혼·출산에 따른 불이익 해소방안은 부재했다. 대표적인 방안이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와 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한 고용상 불이익에 대한 처벌 강화다. 송홍석 고용노동부 통합고용정책국장은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는 얘기가 있었지만, 육아휴직 자체가 근로자의 권리인 부분인데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무리라는 우려가 있다”며 “근로자들도 꺼리는 측면이 있고 중소기업 차원에서 보면 남성 육아휴직 자체가 인력부담으로 작용해 꺼린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이번 대책에는 한부모·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들이 담겼다. 특히 정부는 민법상 한계로 인한 미혼부 가정의 출생신고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확인요건을 명확화하는 방향으로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