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4%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수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KDI는 이날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는 올해 1.1% 역성장을 기록한 후, 내년에는 상품 수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이 제한되면서 3.1%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물가는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대인플레이션과 수요 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0.7%의 낮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취업자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서비스업 부진이 지속하면서 10만 명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네 차례 집행된 추가경정예산안의 기여도(0.5%P)도 반영된 수치다.
9월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과 비교하면 올해 전망치는 유지했으나, 내년 전망치를 3.5%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10월 전망(올해 -1.9%, 내년 2.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9월 전망(올해 -1.0%, 내년 3.1%)과 유사한 수준이다.
KDI는 현 경제상황에 대해 “수요 측면에서도 상품 수출, 설비투자, 내구재 소비 등 제조업과 밀접한 부문은 개선됐으나, 서비스 수출과 서비스 소비는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전망치 하향 조정의 주된 배경도 서비스업 부진이다. KDI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활동 위축으로 민간소비가 올해 4.3% 감소(전년 대비)하고, 내년에도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2.4%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나마 설비투자는 상품 수출 개선에 따른 제조업 회복으로 올해 6.0%, 내년 4.7% 증가하며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비관적 전망에도 추가 위험요인이 존재한다. 전 세계적 코로나19 유행의 장기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보급 지연, 미·중 간 전면적 대립에 따른 글로벌 경제심리 위축이 그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은 상방요인과 하방요인이 동시에 존재한다. 공화당에 비해 민주당이 조금 더 큰 정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재정지출이 확대될 수는 있겠지만,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세수도 늘어나야 한다”며 “법인세라든지,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도 함께 올릴 것으로 공약이 제시됐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미국의 경기가 많이 부양될 것이라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 상황을 봤을 때는 중국에 대한 정책은 소폭 변동은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변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KDI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부진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확장적으로 편성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대신 중장기적으로 저출산·고령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고려해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최대한 통제하고, 재정수입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