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전실 해체 3년] 영욕의 삼성 컨트롤타워

입력 2020-11-29 14:00 수정 2020-11-2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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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일등 공신
이름만 세 번이나 바뀌는 등 영욕 교차
컨트롤타워 부활 목소리… JY 재판 끝나야 논의 가능할 듯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러 성장 시킨 일등 공신이었지만, 이름만 세차례 바뀌는 등 영욕이 교차했다. (이투데이 DB)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러 성장 시킨 일등 공신이었지만, 이름만 세차례 바뀌는 등 영욕이 교차했다. (이투데이 DB)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인 1959년 설립된 회장 비서실이 효시다. 하지만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이후 이름이 세 번이나 바뀔 정도로 영욕의 세월을 보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을 바꿨고, 2006년 전략기획실로 개편됐다.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경영쇄신 전략을 발표하며 전략기획실도 해체된다. 2010년 미래전략실로 부활했지만, 결국 2017년 다시 해체되는 비운을 맞게 된다.

계열사들의 현안을 직접 챙기고 그룹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며 거대 그룹 삼성의 글로벌 성장을 이끌었지만, 대외 로비와 총수 일가 승계 지원 등의 업무로 비판 여론에 직면한 탓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6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미전실을) 없애겠다”라고 직접 약속했고, 이듬해 3월 미전실은 해체된다.

미전실은 삼성이 본격적인 성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면서 중심을 잡아주는 순기능을 해왔다. 특히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본부가 그룹의 신사업 발굴과 브랜드 관리에 관여한 덕에 삼성이 지금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커갈 수 있었다.

물론 미전실의 과도한 권력으로 인한 일부 불만도 있었다. 현업에서 올린 아이디어가 미전실 판단으로 틀어지는 일도 많았다. 미전실이 내린 업무는 즉시 처리해야 하는 불문율도 있었다.

미전실이 사라진 현재는 오히려 그룹 주도의 결정이 없고 계열사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해 사업적으로 어려움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과 같은 수십 개의 계열사를 가진 그룹에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미국의 거대 투자 지주회사 버크셔 헤서웨이를 예로 들면, 각 계열사 간 사업 영역이 너무 달라서 시너지를 낼 영역이 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에서 번 돈을 효율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의사결정은 지주회사(컨트롤타워)에서 전담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삼성은 현재 미전실 빈자리 일부를 TF가 채우고 있는데, 규모가 대폭 축소되며 영향력이 줄었다”며 “최소한의 일에만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경쟁력 측면에서 공식적인 컨트롤타워는 필요하다”라며 “다만 현재 삼성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재용 부회장 재판이 끝나야 효율적인 컨트롤타워 운영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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