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2022년 은행들이 기후변화 위험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방식에 대해 심층 평가를 할 것이라고 지난주 발표했다. 예를 들어 은행들은 앞으로 홍수와 폭풍이 그들이 보유한 부동산 포트폴리오 및 고객 자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나 기업들이 저탄소 경영을 펼칠 경우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예측 등을 명시해야 하는 것이다.
ECB는 성명을 내고 “은행들의 대차대조표에도 기후와 관련한 리스크가 반영되도록 하는 것은 은행의 회복 탄력성을 높일 뿐 아니라 환경 리스크에 대한 보다 정확한 가격 책정을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ECB의 새 전략은 내년 초 은행들과 본격적으로 논의될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영국 최대 다국적 석유기업 BP와 두 번째로 큰 로열더치쉘(RDSB) 또한 청정 에너지 전환 작업을 강화하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자산 가치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석유 수요가 줄어 유가가 폭락하면서 두 회사는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현재 JP모건과 웰스파고, 씨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금융기업들은 화석연료 기업에 자금을 대는 글로벌 은행 리스트에서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다. 환경단체인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에 따르면 2016년부터 이들 4개 은행이 석탄과 석유 기업에 투자한 금액만 8000억 달러(약 889조44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은행들이 향후 모든 물질적 위험을 적절하게 파악 및 통제, 감시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는 기후변화 위험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며 각 은행들에 기후변화 대응책을 요청했다.
다만 CNN은 일부 은행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규모가 여전히 큰 탓에 이들이 기후변화로 방향을 선회하기란 쉽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영리 지속가능성 평가 단체 세레스에 따르면 미국 주요 은행의 대출 절반 이상이 현재 기후변화 위험에 취약한 분야에 투자돼 있는 상태다.
또 전체 9조 달러 규모에 달하는 자산 투자자들이 지난주 BP와 폭스바겐, 루프트한자 등 유럽 기업 36곳을 상대로 서한을 보내고, 자신들의 수익계좌에서 발생하는 기후변화 비용 청구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기후변화 문제가 대출기관을 넘어 투자자들에게도 주요 논제로 번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