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백신 상용화 '초읽기'…K바이오, 생산기지 앞세워 격차 좁힌다

입력 2020-11-18 15:28 수정 2020-11-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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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상용화 초읽기에 들어갔다.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희망이 커지는 가운데 'K-바이오'가 거둬들일 성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 들어간 글로벌 제약사들이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화이자에 이어 미국의 모더나가 'mRNA-1273의 임상 3상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연내 허가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었다. 모더나의 백신은 코로나19에 감염된 95명을 분석해 통계적으로 94.5%의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이르면 이달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모더나의 백신은 화이자와 마찬가지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이지만, 영하 70도의 초저온을 유지해야 하는 화이자와 달리 일반 냉장고에서도 보관할 수 있다. 따라서 유통과 보급에서 우위를 점해 화이자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력 척도' 된 코로나 백신…정부, 3000만 명분 확보 목표

코로나19 백신의 상용화가 임박하면서 각국의 백신 확보 경쟁도 뜨겁다. 이미 미국 정부는 화이자 백신에 이어 모더나 백신 1억 도즈를 선주문했다. 이밖에 캐나다(5600만 도즈), 일본(5000만 도즈), 유럽연합(1억6000만 도즈) 등이 구매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전 세계 백신 공급체계인 코백스(COVEX)를 통해 1000만 명분, 개별 기업과 협상을 통해 2000만 명분의 백신을 각각 확보하기로 했다. 선급금으로 예산 1700억 원을 조달했으며,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 5개를 놓고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해당 기업은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노바백스로 추정된다. 중국과 러시아도 임상 성공을 주장하고 있지만,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제2부본부장이 "임상시험 자료나 정보가 부족한 경우를 제외하겠다"고 밝힌 만큼 협상 기업에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백신을 확보하면 실제 접종은 내년 가을께 시작될 전망이다. 2021~2022년 절기 독감 예방접종 전에 우선 접종 대상자에 대한 접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임상 국내 백신은 여전히 제넥신뿐…격차 벌어지나

글로벌 제약사들이 임상 진행에 탄력을 받으면서 국내 개발 백신과의 속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백신 임상에 착수한 국내 기업은 제넥신 한 곳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진원생명과학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했지만, 승인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제넥신은 6월 11일 코로나19 DNA 백신 'GX-19'의 임상 1/2a상 승인을 받았다. 현재 임상 1상의 투약을 완료했으며,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중 임상 2상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2상을 마치는 대로 내년 중반 조건부사용승인을 통해 연말부터 접종과 대량생산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과는 약 1년의 시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정확한 2상 진입 시기는 1상 데이터를 확인한 후 정해질 것"이라며 "내년 9월 중 3상 조건부 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넥신은 조속한 대량생산을 위해 위탁생산(CMO) 업체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바이넥스와 DNA 백신 생산공장을 국내에 구축하기로 했으며, 2만 ℓ 규모 바이오의약품 공장 완공을 앞둔 폴루스와도 손을 잡았다.

K바이오, 코로나19 백신 생산으로 추가 도약 기대

코로나19 백신 탄생이 가시화함에 따라 백신 개발전은 '백신 생산전'으로 확대하고 있다. 모더나 백신의 생산을 맡은 스위스의 제약사 론자는 해당 백신을 매년 4억 도즈 생산 가능하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론자 외에도 미국, 스페인 기업과 CMO 계약을 맺었으며, 내년 말까지 10억 도즈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기업들과 CMO 계약을 체결한 화이자는 13억 도즈,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는 각각 연간 20억 도즈를 생산할 계획을 세워놨다. 이처럼 단시간에 막대한 물량의 생산이 요구되면서, 백신 CMO 사업은 글로벌 바이오업계를 재편할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구축한 생산설비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떠올랐다.

국내 대표 백신 기업 GC녹십자는 국제민간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가 지원하는 글로벌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합의했다. 2021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5억 도즈를 생산하게 된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오창공장을 증설해 원료의약품 제조 후 충진·포장 공정(Fill&Finish) 설비를 충분히 마련했다. 회사에 따르면 해당 공정의 생산 능력은 10억 도즈에 달하며, 이 가운데 7억 도즈 규모가 여유 능력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10억 도즈는 일일 8시간 생산 시 가능한 물량"이라며 "2교대, 3교대로 확장할 경우 생산 능력 역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추가적인 수주 역량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업계는 이번 CEPI와의 CMO 계약 가치가 2조8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MO 물량을 소화하기 시작하면 매출액 1조 원, 영업이익 5000억 원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19년 기준 GC녹십자의 연간 매출액은 1조3700억 원, 영업이익은 400억 원이었다.

국내 백신 후발주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백신을 잇달아 수주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2월 중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이미 미국과 3억 도즈, 유럽연합과 4억 도즈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1월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어 SK바이오사이언스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착수할 전망이다.

바이오기업 지엘라파는 자회사 한국코러스와 함께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으로 등록된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를 생산하기로 했다. 규모는 연간 1억5000만 도즈 이상이며, 12월부터 생산을 시작해 내년 1월부터 전 세계에 공급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의 백신 위탁생산은 K바이오의 가치를 키우는 한편, 백신 확보 경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은 온도 유지 문제로 유통이 쉽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 백신을 만들면 이런 우려를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백신 생산 설비 부족 현상으로 백신 CMO 사업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의 추가 수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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