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상용화가 가시화하면서 우리 정부도 내년 하반기 백신 접종을 목표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한다.
1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위한 논의에 들어간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2부본부장은 "9개월 만에 임상 3상을 통해 상당히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은 사례를 또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좋은 상황임에는 틀림없다"면서 "앞으로 나올 추가적인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들과 충분히 논의해서 (화이자 백신 도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경우 내년 하반기 접종을 목표로 실무적인 준비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만,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권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화이자 외에 다른 회사도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면 일부 국가는 연내 접종이 시작되지 않을까 판단한다"면서 "다른 나라의 접종 상황까지 보면서 침착하게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이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시기와도 맞아떨어진다. 제넥신은 정부와 협력해 코로나19 백신 'GX-19'의 임상 1/2a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2상에서 충분한 효과를 확인하면 긴급사용승인으로 환자에 사용하는 것이 목표로, 긴급사용승인 시점은 내년 여름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전 세계 백신 공급체계인 코백스(COVEX)를 통해 1000만 명분, 개별 기업과 협상을 통해 2000만 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각각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의 11월 셋째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내년 상반기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 역시 화이자 백신의 국내 도입을 위한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이자는 올해 총 5000만 회 분량의 백신을 생산하고, 내년에 13억 회 투여분을 제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백신은 2회 투여해야 효과가 나타나므로, 내년까지 약 6억7500만 명에게 접종이 가능한 셈이다.
미국은 물론, 캐나다와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은 일찌감치 화이자와 백신 도입을 위한 사전 계약을 맺었다. 이들 국가가 사전 예약한 물량은 5억 명 분이 넘는다. 따라서 뒤늦게 백신 확보에 뛰어든 우리나라에게 돌아올 물량이 충분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생산 기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성사되면 위탁생산(CMO)을 통한 눈에 보이는 경제적 효과는 물론, 우리 국민들에게 접종할 분량을 보다 수월하게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업계는 위탁생산이 가능한 기업으로 백신전문기업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 국내 최대 C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GC녹십자나 SK바이오사이언스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도 생산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장 RNA 기반 백신을 생산하기 어렵지만 별도 설비와 프로세스를 추가하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수주한 사례가 있다. GC녹십자는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5억 회 분량의 코로나19 백신 CMO 계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할 코로나19 백신 CMO 계약에 이어 노바백스와 위탁개발·생산(CDMO)에 합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CMO 사업을 백신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지난달 3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구·개발센터 개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급증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신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