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400명 인력 줄인 '유통 대기업' vs 1만4000명 채용한 쿠팡

입력 2020-11-18 18:00 수정 2020-11-19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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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온ㆍ오프 유통 권력이동 고용서 '뚜렷'...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에 인력 이탈 가속화

온·오프라인 유통 권력 이동이 고용 상황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가 앞당긴 비대면 소비 확대로 국내 유통 시장 패러다임이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에서 대규모 인력 이탈이 가속하는 반면 이커머스 업계는 채용을 늘리고 있다.

대형마트를 비롯해 슈퍼마켓, H&B(헬스앤뷰티)스토어 등 오프라인 점포 폐점이 잇따르면서 관련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커머스 업체들은 신입ㆍ경력사원을 줄줄이 채용하며 물 들어올 때 노 젓고 있다. 소싱과 판매ㆍ배송 물류시스템까지 직접 운영하는 쿠팡은 올해만 1만4000여 명을 직고용해 온라인 ‘황태자’를 넘어 온·오프라인 ‘왕좌’를 노리고 있다. 쿠팡의 직고용 인원은 9월 현재 4만3171명으로, 롯데와 신세계·이마트, 현대백화점 등 전통의 유통 빅3의 직원수를 모두 합한 5만4291명에 1만 명 모자른다.

유통 빅3, 올 들어 2400명 일자리 사라져...롯데쇼핑만 1994명 줄어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쇼핑과 신세계·이마트, 현대백화점 등 주요 3개 유통 상장사들의 총 직원수는 지난해말 5만6710명에서 9월 기준 5만4291명으로 2419명 감소했다. 유통 3사에서 올 상반기 동안 줄어든 직원수가 1230여명이었는데, 3분기에만 1200여명이 또 줄어든 셈이다.

이 가운데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마켓에서 영화관 사업까지 아우르는 롯데쇼핑은 2만5298명에서 2만3304명으로 1994명 감소해 감원 규모가 가장 컸다. 백화점 사업은 4962명에서 4769명으로 193명 줄었고, 롯데마트도 1만2995명에서 1만2317명으로 678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롯데쇼핑이 향후 5년 간 오프라인 점포의 30%인 200여 개 폐점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결과다. 롯데마트는 올 들어 빅마켓 신영통점과 양주점, 천안아산점, 빅마켓 킨텍스점, 천안점, 의정부점, 금정점, 서현점, 마장휴게소점 등 총 9곳의 매장을 없앴다. 이 영향으로 작년 125개던 롯데마트 점포 수는 9월말 116개로 줄었다.

하이마트와 롯데슈퍼, 롯데홈쇼핑이 포함된 기타 계열사는 같은기간 6341명에서 6218명으로 1123명이나 감소했다. 롯데마트 폐점에 따라 마트 내에 입점한 하이마트도 된서리를 맞으면서 작년말 466개던 전자제품전문점은 453개로 줄었고, 같은 기간 롯데슈퍼는 521개에서 477개로 무려 44곳이 사라진 이유가 크다.

롯데 측은 폐점 대상 매장에서 근무하던 인력을 인근 점포로 전환 배치해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과정에서 거주지와 멀어지는 인력들의 이탈이 잇따른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점포 폐점은 인력 재배치가 원칙이지만, 마트나 슈퍼 사업의 캐셔의 경우 제안을 해도 퇴사하는 경우가 많은 점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전문점 구조조정에 이마트도 469명 축소…SSG닷컴 사업 확장에 감소폭 줄여

이마트는 지난해말 2만5779명이던 직원수가 올 들어 469명 감소했다. 이 업체 역시 삐에로쑈핑과 부츠에 이어 PK피코크 매장을 정리중이지만, SSG닷컴의 쓱배송과 새벽배송 사업 확장에 따라 온라인 사업 인력 채용이 늘었고, 이마트 신촌점과 안성 트레이더스 등의 오픈에 따른 고용효과가 반영되며 롯데쇼핑과 같은 대규모 감축은 없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문점 구조조정보다는 자연 퇴사분이 컸고,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과 면세점 등을 운영하는 신세계는 올 상반기 총 49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비상장사인 홈플러스 역시 이마트와 비슷한 분위기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폐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 1511명이 줄었다. 홈플러스 측은 업황이 좋지 않아 캐셔 등의 근로자가 퇴사한 경우 충원하지 않은 이른바 자연 감소분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점포 매각 효과는 내년부터 임직원 수에 반영된다.

GS리테일도 올 들어 1755명의 직원을 감축했다. 슈퍼와 H&B 점포 다이어트에 나서면서다. GS더프레시 사업은 올 들어 1040명, 랄라블라는 1264명의 직원이 줄었다. 같은 기간 GS25 사업은 122명을 줄었지만, 기타 사업은 671명 늘었다. 회사 측은 “점포 축소와 함께 파트 타임성 캐셔들의 자연 퇴사가 많았고, 다른 사업 부문으로 이동한 부분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다만, 2월 동대문 면세점과 6월 대전 프리미엄 아울렛에 이어 이달 초 남양주에 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을 오픈한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유통 상장사 중 유일하게 일자리가 늘었다.

코로나 반사익 이커머스는 채용 잰걸음...쿠팡만 1만3744명 채용
코로나19에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자 이커머스들은 서둘러 고용을 확대하고 있다. 2월부터 9월까지 쿠팡의 신규 채용 인원은 1만3744명에 이른다. 이 기간 국민연금 가입자수 기준 1위 기업으로 2위인 한화솔루션(3025명), 3위 삼성전자(2895명)를 합친 것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이에 따라 3분기 기준 쿠팡의 전체 직원 수는 4만3171명으로 빅3 유통사 전체 임직원 수(5만4291명)에 1만 명 차이로 따라붙었다. 이같은 쿠팡의 직원 증가세는 입점 브랜드나 협력사 직원들을 활용하고, 배달을 아웃소싱하는 전통 유통업체와는 달리 소싱부터 배달까지 전 과정에서 직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티몬도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두 자릿수 MD를 채용했다. 롯데쇼핑은 온라인 중심의 디지털 전환(DT) 전략으로 온라인 시대에 걸맞는 내부 전문가 양성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라 물류센터 인력과 개발자 등 채용이 크게 늘었다”면서 “직고용을 통해 양질의 근로 환경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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