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이커머스 아마존이 11번가와 협력해 국내 시장에 첫발을 내딛기로 하면서 국내 온라인 쇼핑업계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공격적인 투자로 온라인 시장을 장악한 쿠팡과 네이버를 비롯해 최근 합병에 나선 통합 GS리테일, SSG닷컴을 내세운 신세계ㆍ이마트 등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전망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아마존이라는 글로벌 이름값을 얻게 되면서 11번가의 상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지만, 아마존의 대규모 투자 없이는 성공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을 빠른 배송 생활권으로 물류센터를 늘려가는 쿠팡과 CJ와 연합한 네이버의 공세 속에서 특정 인기 직구상품의 빠른 배송만으로 경쟁력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11번가의 모회사인 SK텔레콤과 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11번가는 국내 셀러들의 해외 진출의 발판 마련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11번가를 통해 아마존 제품을 직접 구입하는 형태의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마존에 입점한 상품을 대량으로 매입해 국내 물류센터에 보관한 뒤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하면 다음날 바로 배송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 방식이다. 이 경우 해외직구의 배송 기간을 단축하고 배송료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을 등에 업고 11번가가 호재를 맞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11번가가 적기에 상위권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것. 업계에 따르면 작년말 시장 점유율 기준 11번가는 네이버쇼핑(12%)과 쿠팡(10%), 이베이코리아(10%)에 이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6%로 4위 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어 위메프(5%), 티몬(3%) 순이다.
이커머스 선두주자인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 협력해 물류를 강화하고, 쿠팡도 수도권 이외 지역에 물류센터를 추가하며 공격적으로 빠른 배송에 나섰고, GS리테일도 GS홈쇼핑과 합병을 결정하며 온라인 쇼핑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런 상황에서 IT 공룡 SK텔레콤이 운영하는 11번가는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최근 상황으로는 IPO에 성공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했다”면서 “아마존과의 협업을 통한 최대 이득은 상장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마존은 호시탐탐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을 노려왔지만 치열한 국내 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어 직접 진출하지 않은 만큼 우회 진출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얘기다.
특히 아마존이 국내에 물류센터를 두고 국내 소비자들이 주로 사는 물건에 대해 풀필먼트를 시스템을 적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이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관세 등이 포함된 가격에 팔게 되면서 한국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물류센터를 여러 곳에 만드는 등 공격적인 투자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평범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쿠팡은 이미 전국에 크고 작은 물류센터 168개를 보유하고 있고, 작년말 대구 달성군 국가산업단지에 3200억 원 규모의 축구장 46개 넓이(약 10만 평 규모)의 초대형 첨단 물류센터에 이어 올해도 계속해서 물류센터 추가 소식을 알리고 있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해외 직구는 가격이 싸다는 이점이 있지만, 국내 물류센터에 미리 들여와 파는 것은 이마트나 홈플러스가 외국 과자를 먼저 들여와 파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건강식품이나 중저가 의류 등을 주로 파는 중소형 해외직구 온라인 쇼핑몰의 영업환경은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이커머스 관계자는 “명품 등 고가 패션 제품 등을 판매하는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 구매대행 서비스 업체는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의 오픈마켓에서 구매를 대신해주는 시스템에 불과하다”면서 “이들이 입는 타격은 꽤 클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