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페루…대통령 탄핵 이어 임시 대통령도 닷새 만에 사임

입력 2020-11-1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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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자 사망과 불안한 내각에 사임 발표
탄핵 대통령 “의회 말고 대법원이 나서 달라”

▲15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마누엘 메리노 임시 대통령의 사임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리마/AP뉴시스
▲15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마누엘 메리노 임시 대통령의 사임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리마/AP뉴시스
페루 임시 대통령이 거듭되는 시위 속에 물러나면서 페루가 혼돈에 빠졌다. 임명 닷새 만이다. 앞서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이 탄핵된 후 페루에선 연일 항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CNN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10일 임명됐던 마누엘 메리노 임시 대통령은 이날 “모두와 마찬가지로 나는 우리나라를 위한 최선을 원한다”는 짧은 TV 연설과 함께 사임을 표명했다. 이번 사임은 시위 도중 시위대 2명이 사망하고, 의원 중 절반이 사임한 데서 비롯됐다.

현 사태의 시발점인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임시 대통령의 사임 소식에 의회 대신 대법원이 해결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의회를 “지난 5일간 페루를 마비시키고 사망자를 발생하게 한 정치적 위협에 우리를 밀어 넣은 당사자”라 칭하며 "이들에게 해결책을 바랄 순 없다"고 비판했다.

현지에선 과거 1990년부터 2000년까지 페루를 이끌었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정권 이후 가장 심각한 헌법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인권 탄압과 비리 스캔들로 인해 법정 구속을 거듭한 인물이다.

AP통신은 “페루 국민이 수도 리마의 거리로 나와 국기를 흔들며 ‘우리가 해냈다’고 외치고 있다”면서도 “아직 다가올 일들에 대한 해결책은 없다”고 전했다.

앞서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수년 전 주지사 시절 두 건의 건설 계약을 용인하는 대가로 63만 달러(6억9930만 원)가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탄핵 됐다. 검찰이 아직 혐의를 조사 중이며,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페루 내에선 그가 부패 척결 운동을 해 온 개혁적인 인물로 평가돼 온 만큼 지지층의 결집도 상당한 수준이다. 의회가 그를 탄핵하고 임시 대통령을 임명하자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쿠데타’로 규정하고 연일 항의하고 있다.

시위대와 경찰의 마찰도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현지 시민단체에 따르면 전날 시위로 112명이 부상을 입고 41명이 실종됐다. 페루 보건 당국은 사망자 중에 머리와 흉부에 총상을 입은 사람도 있다고 발표했다.

페루 의회는 이날 신임 대통령 선출을 위해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당초 비스카라 전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7월이었으며, 차기 대선은 내년 4월로 예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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