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지났어도 운임 4000달러 육박...연초 대비 3배
“코로나19에 여행 못하는 대신 홈쇼핑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광ㆍ여행업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해운ㆍ운송업은 활황기를 맞고 있다. 외출 대신 가내 소비를 택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선박 컨테이너 적재량은 최고치를 경신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들어 가정용품과 상비약품 등 다양한 제품 수요가 발생하면서 세계 주요 해운사들의 컨테이너 적재량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프랑스 CMA CGM사가 보유한 400m 길이의 ‘자크사데’호는 첫 운항에서 역대 컨테이너 운송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2주 전 싱가포르에서 첫 운항을 시작해 현재 몰타에 정박해 있는 자크사데호 선내에 탑재돼 있는 컨테이너 2만723개는 한국 최대 컨테이너선인 HMM의 ‘알헤시라스’호 기록을 경신했다.
블룸버그는 “자크사데호가 첫 운항에서 사상 최대 적재량을 달성했다는 것은 세계 경제가 위기에도 여전히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 해준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은 관광 서비스 등의 지출에 타격을 입혔지만,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홈쇼핑을 늘리면서 가정 용품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구는 3분기 사상 최대인 230만 개 컨테이너 거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엔 선박과 기차, 트럭 운송 등에서의 병목 현상을 막기 위해 별도의 유휴지를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동남부 최대 항구로 알려진 사바나 항구는 9월에만 41만2148TEU(20ft 컨테이너선 단위)의 물동량을 기록하며 월간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덴마크 최대 컨테이너 운송업체 A.P몰러-머스크그룹의 전 임원이었던 라스 옌슨은 “이 같은 급증은 컨테이너 운송 역사상 일어난 적 없던 일”이라며 “이는 2021년에 어떤 예측이 가능할지 알 수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특수에 운임 역시 상당히 오른 상황이다. 40ft규격의 컨테이너가 태평양을 가로 지르는데 드는 비용은 성수기(8월~10월 중순)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대당 4000달러(약 450만 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연초 운임의 3배 수준이다.
해운 데이터 분석업체 시-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의 앨런 머피 최고경영자(CEO)는 “상품 수요의 반등은 주로 홈오피스에 사용되는 물품들과 가구, 의류, 책 등”이라며 “다만 지금의 급증세는 단기간 지속되고 있으며, 국경 폐쇄가 해제되고 소비자들이 기존의 서비스를 누리게 되면 운송 규모는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