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추진하면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3개 업종이 최소 400조 원의 비용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제조업이 휘청일 수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등 5대 주요 기간산업 협회는 26일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 ‘2050 장기 LEDS 제2차 산업계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파리협정 당사국으로서 올해 말까지 유엔에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을 제출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제한 목표를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만큼, 2050년까지 저탄소 사회를 구현할 구체적인 방안이 담긴다.
따라서 정부는 17일 국민토론회를 열고 2050 LEDS의 부문별 비전과 과제를 발표했다. 산업부문 전환수단으로는 수소환원제철,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당 전략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국내 기간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 3개 업종서만 최소 400조 원이 넘는 전환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며 “여기에 수명이 남은 기존 설비의 매몰비용까지 고려한다면 비용은 훨씬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토론에 참가한 민동준 연세대학교 교수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수입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다시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것은 생산효율성을 극대화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과도한 비용부담은 결국 국내 기업이 이룬 원가경쟁력을 무너뜨려 고용 감소는 물론 제조업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산업 등은 자동차, IT, 건설 산업 등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소재산업이기 때문에 이들의 경쟁력 저하는 국내 제조업 전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제조업 비중이 2번째로 높은 국가로 다른 국가들보다 치밀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럽연합(EU)은 독일을 제외하면 제조업 기반이 약해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며 “미국, 중국, 일본 등 제조업에서 우리와 치열하게 경쟁중인 국가들의 전략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주요 5개 업종 협회 관계자들은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LEDS에는 온실가스 감축·흡수기술 개발과 적용에 있어서 종합적인 로드맵이 포함돼야 성공적인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EU도 향후 10년 간 1300조 원에 달하는 재원을 조성해 저탄소 사회로 전환키로 한 만큼,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 간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