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을 평가한 말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15대 주요 상장사 대부분에 해외 헤지펀드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정 회장은 13일 자동차산업회관에서 개최된 KIAF 출범식에서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해외 투기자본과 국외 경쟁기업 추천 인사가 감사 겸 이사에 선임되는 등 우리 군의 작전회의에 적군이 참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KIAF는 업종별 산업 단체가 꾸린 연합체로, 연구를 바탕으로 산업 발전 전략을 모색하고 산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회원사로는 자동차산업협회(KAMA), 기계산업진흥회, 바이오협회, 섬유산업연합회, 엔지니어링협회, 전지산업협회, 철강협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8개 단체가 참여했다.
정 회장은 “KIAF가 15대 주요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면 상장사 중 87%(13개사)에서 헤지펀드 추천인사가 감사위원 겸 이사로 선임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하며 지난해 현대자동차 주주총회를 언급했다.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해 현대차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 3인을 추천했다. 후보 중 한 명은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해 생산하는 회사 발라드파워스시템의 로버스 랜달 맥귄 회장이었다. 수소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를 만드는 현대차그룹과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 대표를 사외이사에 앉히려 한 것이다.
당시 주총에서 이사 선임안은 부결됐지만, 외국인 지분 중 45.8~53.1%가 엘리엇의 추천에 동조한 바 있다.
KIAF 연구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엘리엇과 유사한 헤지펀드가 국내 주요 대기업의 감사위원(이사) 후보를 추천하면 외국인 주주의 결집률이 45.8%인 경우 8개 기업에서, 53.1%인 경우 13개 기업에서 전체 의결권의 25%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국내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중 일부라도 헤지펀드 제안에 동조하면 15개 기업 모두에서 전체 의결권의 25% 이상을 확보하게 돼 감사위원 겸 이사 선임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회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섀도보팅(의결권 대리 행사 제도) 폐지에 따라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예상된다”라며 “이때 많은 기관투자자가 해외 헤지펀드에 동조하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의결을 따를 가능성이 커 상법 개정안 통과 시 헤지펀드 추천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KIAF는 법안 개정이 기업의 수용 역량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논의 결과를 14일 경총에서 개최되는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T/F 간담회 등을 통해 국회와 정부에 건의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