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3분기 ‘깜짝’ 실적 기록한 LG화학, 배터리 분사 뿔난 주주 잠재울까

입력 2020-10-12 11:27 수정 2020-10-1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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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부문 사상 최대 실적 근접…구성원 불만 해소도 전지 부문 분사 전 선결과제

LG화학이 올해 3분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했다.

전지 부문 분사를 앞두고 LG화학은 뿔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이례적으로 발표한 잠정실적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전지 부문 물적 분할의 '청신호'를 보냈다.

LG화학이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7조5073억 원, 영업이익 9021억 원을 기록했다고 잠정실적을 12일 발표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로는 매출은 8.2% 증가, 영업이익은 57.8%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8.8%, 영업이익은 158.7% 증가했다.

이번 잠정실적은 시장의 관측을 뛰어넘었다. 금융조사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최근 1개월간 실적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매출 8조1236억 원, 영업이익 7328억 원이다.

LG화학이 처음으로 잠정실적을 발표한 것은 배터리 사업 분할을 앞두고 ‘주주 달래기’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관계자는 “당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주와 투자자들이 실적 예측과 기업 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잠정 실적을 공시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3분기 호실적을 견인한 사업은 석유화학 부문이다.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723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2011년 1분기 기록한 사상 최대치 7360억 원에 근접한 수치로, 21일 발표될 정식 실적발표에서 기존 성적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석유화학 부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전과 포장재 수요가 확대되며 가전·자동차 내장재, 포장재 등으로 쓰이는 고부가가치합성수지(ABS)와 폴리염화비닐(PVC) 등의 수익이 확대되며 이 같은 성적을 거뒀다.

현대차증권은 “LG화학이 ABS와 NB라텍스 등 주력제품의 강세로 컨센서스를 20%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며 “특히 ABS 스프레드는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지 부문은 원형·파우치 전지가 호조세를 보였으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부진하며 전분기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대형 전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신차 모델 출시가 지연되면서 매출액이 기존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증가세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 소재 사업 역시 양극재 출하량 증대와 편광필름 강세, 자동차 판매 회복으로 전 분기보다 높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LG화학은 이번 잠정실적 발표에서 석유화학 부문이 사상 최대에 근접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배터리 없이도 기존 사업의 경쟁력이 견조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전지 부문의 분사에 따른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지 부문에 베팅한 일부 주주들은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실적이 좋아도 미래 성장동력 없이 기존 사업의 유지만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 주주는 “물적분할을 하면 LG화학은 이제 그냥 화학 회사로 남고 배터리는 떨어져 나간다”며 “실적은 아무 의미 없다”고 말했다.

최근 코나 전기차 화재 등 배터리 관련 악재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한 주주는 “실적 호재보다 배터리 악재 터진 게 더 크다”며 “확실한 결과는 좀 더 기다려봐야겠지만 배터리 화재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주주뿐만 아니라 이번 호실적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이면서 전지 부문의 분사 전 구성원의 불만을 잠재우는 것도 LG화학의 선결과제 중 하나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노동조합은 이달 5일 성명서를 내고 석유화학 부문에서 번 돈으로 전지 사업을 키웠으므로 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만큼 LG화학으로선 석유화학 노조의 보상 요구를 외면하기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LG화학은 21일 3분기 정식 실적 발표와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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