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구역은 공공재개발 추진… 주거 안정 놓고 주민 '이견'
옛 창신ㆍ숭인뉴타운 개발을 두고 지역 간 희비가 엇갈린다. 창신4구역은 조합 설립을 목전에 뒀지만 나머지 지역은 도시재생사업과 공공재개발을 사이에 두고 서울시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창신동 창신4구역은 도시환경정비 조합 설립을 위한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 변경안대로면 이 지역엔 지상 최고 36층 높이로 아파트 3개 동과 판매시설, 문화시설 등이 들어선다. 762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창신4구역 추진위는 애초 아파트 525가구를 지을 예정이었지만 서울시, 종로구와 정비계획 변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단지 규모가 커졌다. 획지가 확대된 데다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 연면적 비율)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임대주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상업지역에 속한 창신4구역은 애초 용적률과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축면적 비율) 규제도 느슨해 고층을 올리기도 쉬웠다.
추진위가 구역 내에 있는 동대문아파트 전체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하면서 용적률 규제가 더 완화됐다. 서울시 등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아파트인 동대문아파트(1965년 준공)는 문화시설이나 소상공인 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비계획 변경 절차가 끝나면 창신4구역에선 조합 설립을 위한 준비가 사실상 마무리된다. 성낙의 창신4구역 추진위원장은 "서울시에서 변경 고시가 나오고 조합원 추징 분담금 검증이 끝나면 내년 초엔 조합을 설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옛 창신ㆍ숭인 재정비촉진지구(창신ㆍ숭인뉴타운)에서 정비사업이 궤도에 오른 곳은 창신4구역이 유일하다.
종로구 창신ㆍ숭인동 일대 84만6100㎡는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지정 당시만 해도 서울시는 일대를 인구 1만1212가구 규모로 역사ㆍ관광ㆍ패션도시로 조성하겠다고 구상했다. 청계천 변에는 40층 높이 '랜드마크 타워'를 세우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하지만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뉴타운 출구전략'을 내세운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2013년 창신ㆍ숭인 재정비촉진 지구는 지구 전체가 뉴타운에서 해제됐다.
이후 뉴타운에 속했던 구역은 각자도생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창신4구역을 포함해 창신2구역, 숭인2구역은 독자적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숭인2구역은 여전히 사업에 속도를 못 내 정비예정구역에서 다시 해제됐으며 창신2구역도 아직 추진위 단계에 머물고 있다.
서울시는 종로 북측 8개 구역은 뉴타운 대안으로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했다. 2017년까지 200억 원을 투입해 봉제산업과 관광산업 활성화를 지원했다. 주거 환경 개선에서도 전면적인 재개발 대신 노후주택 개량으로 점진적인 변화를 유도했다.
지역에선 여전히 재개발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다. 최근 서울시엔 옛 창신ㆍ숭인뉴타운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 참여하는 공공재개발 사업이라도 추진할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되면 주민 동의 요건이나 지방자치단체 인ㆍ허가 요건 등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창신ㆍ숭인동 같은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은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지역에선 창신ㆍ숭인동 일대가 개발만 되면 몸값이 껑충 뛸 것으로 본다. 종로ㆍ광화문 도심과 지척인 입지 덕이다. 옛 뉴타운 한가운데 자리 잡은 창신동 두산아파트는 준공 후 20년이 넘은 구축 단지이지만 전용 84㎡형이 지난 7월 9억1000만 원에 거래됐다. 뉴타운 지정 직전인 2006년 숭인4구역을 재개발한 '종로 센트레빌'도 같은 달 8억9000만 원에 팔렸다.
숭인동 E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은 시내와 가깝다 보니 입지적인 측면에서는 사업성이 좋다"며 "이전과 달리 재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영세 공장과 주거 약자가 많은 지역 특성상 전면적인 재개발을 진행하는 게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금도 주민 일부는 주거ㆍ경영 안정을 위해 공공재개발 대신 도시재생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