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다.
올해 초 한화그룹의 주력 사업인 화학·태양광·첨단소재 회사를 통합한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을 맡으며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사장으로 승진,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전격적으로 회사를 이끌게 된 것이다.
한화그룹은 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내정됐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은 김 신임 대표와 기존 케미칼 부문 이구영 대표이사, 큐셀 부문 김희철 대표이사, 첨단소재 부문 류두형 대표이사 등 총 4인 대표이사 체제를 갖추게 됐다.
한화그룹은 김 신임 대표가 친환경 에너지와 첨단소재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사업재편과 미래사업 발굴을 주도하며, 안정적 수익구조 창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해 대표이사로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등으로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 분야에 대한 김 대표의 전문성과 풍부한 네트워크 등이 요구되는 점도 승진 배경 중 하나다.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으로 한화에 입사한 김 대표는 2015년 한화큐셀 상무로 이동해 태양광 사업을 맡았다. 같은 해 12월 전무로 승진한 뒤 지난해 한화솔루션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큐셀 인수 및 한화솔라원과의 합병을 이끈 김 대표는 태양광 사업을 2015년 흑자로 전환시킨 데 이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냈다. 현재 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1위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태양광과 화학, 첨단소재를 합병한 한화솔루션에서도 실력을 입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한 와중에서도 위기 대응 전략 수립과 전사적 실행을 이끌며 한화솔루션의 호실적을 지원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1, 2분기 연속 1000억 원이 넘는 흑자를 달성했다.
김 대표는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에너지 소프트웨어 회사 젤리(GELI)를 인수하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4차산업 기반의 미래형 에너지 사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 8월에는 315메가와트(MW) 규모의 포르투갈 발전소 사업권을 수주하며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태양광 발전소 사업 진출에도 성공했다.
이번 인사가 단행되며 재계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젊은 감각의 글로벌 경영이 필수적인 만큼 한화그룹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미 태양광 사업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했고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한화솔루션에서 재차 실적으로 실력을 증명하며 이번 인사가 나온 것 아니겠냐”라며 “경영권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김 신임 대표가 글로벌 인맥이 화려한 만큼 코로나19 이후의 대응을 위해 이 같은 인사를 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화그룹은 이날 코로나19 등으로 대내외적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내년도 사업전략의 선제적 수립, 조직 안정화 등을 도모하기 위해 한화솔루션을 포함한 총 10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인사를 조기 실시했다.
특히 ‘40대’와 ‘여성’ 대표이사를 발탁하며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높였다. 이전 한화그룹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령은 58.1세였으나 55.7세로 2세 이상 젊어졌다.
1981년생인 김동관 대표 외에도 한화역사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은희 한화갤러리아 기획부문장이 1978년생이다.
올해 10월 자로 상무로 승진하는 김은희 대표는 한화그룹의 첫 여성 CEO이기도 하다. 그는 사업 혁신 및 신규사업 추진 등 기획 전문가로, 서울역 북부역세권과 대전역세권 개발사업 등 신규 상업시설 개발·운영 전략 강화 및 혁신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사기극에 휩싸인 미국 수소 전기차업체 ‘니콜라’에 투자한 한화종합화학도 대표이사가 변경됐다. 한화종합화학 사업부문에는 박흥권 ㈜한화 전략실장이, 전략부문에는 박승덕 한화솔루션 사업전략실장이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박흥권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출신으로 두산 유럽법인 CEO 등을 거쳐 작년 한화그룹에 합류했다. ㈜한화 전략실장으로 재직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및 성장방향 검토, 인수·합병(M&A)과 투자 등 사업전략을 주도한 인물이다. 박 대표는 기존 사업 강화와 함께 글로벌 유화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박승덕 대표는 석유화학과 태양광 사업부문의 연구개발, 전략기획, 글로벌 마케팅 업무 등을 두루 경험했다. 그는 신규사업 발굴 등 미래사업 강화를 주도할 계획이다.
다만, 한화그룹은 이번 한화종합화학의 인사와 니콜라의 투자 건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외에도 ㈜한화·글로벌부문에는 김맹윤 한화솔루션·큐셀 부문 유럽 사업부문장이, ㈜한화·방산부문에는 김승모 ㈜한화 사업지원실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한화정밀기계는 옥경석 ㈜한화 화약·방산 및 기계 부문 대표가, 한화디펜스에는 손재일 ㈜한화·지원부문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또, 한화토탈은 김종서 한화큐셀재팬 법인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한화에스테이트는 이강만 한화 커뮤니케이션위원회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최종 선임은 사별 주총 및 이사회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아직 금융부문에 대한 인사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과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사업별 전문성과 전략 실행력에 강점을 지닌 대표이사를 전면에 배치했다”며 “나이와 연차에 상관없이 전문성과 역량을 보유한 전문경영인을 과감히 발탁하여 중용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