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팬데믹 초창기에 코로나19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행보를 보였지만, 결국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정상적인 경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인수·합병(M&A)과 리더십 교체, 가이던스 재발행 등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생존하는 것을 넘어서 전략적인 움직임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는 저가 이동통신 시장으로 진출했고 생활용품업체 크로락스는 새 최고경영자(CEO)를 뽑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100년 이상 역사의 백화점 니먼마카스의 새 소유주는 회사의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팬데믹 사태 초기인 올해 2분기만 해도 기업들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비용 삭감과 현금 비축, 실적 가이던스(Guidance·안내) 철회 등 생존에만 매달렸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미국과 전 세계에서 계속해서 확산하면서 기업들은 당분간 이 전염병과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WSJ는 강조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현실)이 당분간 지속할 것임을 인식하게 됐다”며 “위기의 첫 번째 단계에서 쓰러지지 않은 기업들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많은 기업, 특히 자원이 부족하고 매출이 증발한 중소기업들은 이런 변화를 이룰 수 없다”며 “우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회사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크로락스 이사회는 지난달 초 “리사 렌들 사장이 9월 14일에 신임 CEO로 승진한다”고 발표했다. 벤노 도러 전 CEO는 당시 리더십 교체 이유에 대해 “팬데믹 시기 우리가 하는 역할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한다”며 “솔직히 우리는 지금 더 나은 위치에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독제와 세제 등 자사 제품에 대한 수요 급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CEO 기용으로 변화를 모색한 것이다.
렌들 신임 CEO는 지난주 “나의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관련 제품 생산을 늘리는 것”이라며 “그러나 회사는 위기 모드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했다.
기업들은 다시 실적 목표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리서치 업체 마이로그IQ 집계에 따르면 7월 전까지 실적 가이던스를 철회한 약 200개 S&P500기업 중 최소 30개사가 가이던스를 다시 제시하거나 오히려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