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ㆍ노사갈등에 규제까지 3중고..시름 커지는 대형마트

입력 2020-09-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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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국회서 전통시장 인근 대형마트 개설 규제 연장돼 업계 경영위기 심화 우려

▲홈플러스 본사 전경 (사진제공=홈플러스)
▲홈플러스 본사 전경 (사진제공=홈플러스)
'바람 앞 등불' 같은 처지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급증으로 소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완전히 바뀌며 고객 이탈은 계속된다. 노사 대립으로 내부 혼란은 가중되고, 정부 규제는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2010년까지 최전성기를 구가했던 대형마트가 급격한 사업 환경 변화로 불과 10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통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제도 일몰 기한 연장'이 개정안의 골자다.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제도는 전통시장 1㎞ 이내 대형마트 개설을 규제하는 제도다.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으나 사실상 처리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올해 11월 일몰 예정이던 이 규제는 2025년 11월까지 계속된다.

올들어 대형마트의 줄폐점이 계속되는 만큼 당장 법안 통과가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통업의 사업환경 악화 상황에서 규제 완화를 기대한 업계는 아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이미 유통 시장의 대세는 '온라인'으로 넘어갔는데 2010년대에 만든 법을 지금 재적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사실상 규제 프리존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그 쪽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법안의 취지가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전통시장이 살아났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 대형마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장을 찾는 손님의 발길이 끊겨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매출 25%를 담당하는 할인점(대형마트) 사업부문은 상반기 36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쇼핑 할인점 부문은 2019년 262억 원, 2018년 287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마트도 연결기준 2분기 매출이 늘었으나 영업손실 47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영업손실 299억 원)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11월말 폐점 예정인 롯데마트 구로점 전경.  (사진제공=롯데마트)
▲11월말 폐점 예정인 롯데마트 구로점 전경. (사진제공=롯데마트)

계속된 적자에 롯데쇼핑은 전사적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는 6월부터 무급휴직을 실시중이다. 이 회사 직원들은 올해 말까지 기간을 정해 20일 혹은 30일 중 기간을 선택해 무급휴직할 수 있다. 롯데마트가 무급휴직을 실시한 것은 1998년 매장을 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비효율 점포 정리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서울 구로점과 빅마켓 도봉점, 경기 이천 마장휴게소 점 등 3개 점포 영업을 종료한다고 이달 초 밝혔다.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비효율 점포 구조조정 방안의 일환으로 롯데마트는 연내 16개 점포를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구조조정 작업은 예상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안산점과 대전 탄방점에 이어 대전 둔산점 폐점을 결정한 홈플러스는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매장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운영주체인 사모펀드 MBK가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줄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조는 매각이 결국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사측은 자산유동화를 통한 현금 확보 필요성을 주장한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7%, 38.9% 감소한 7조3002억 원, 1602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인 5322억 원에 달했다.

사측은 "매장 매각으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은 절대 없다"면서 "직원의 고용 안전과 복지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노동조합이 (매각에 반대하며) 오히려 회사와 직원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고 있는 홈플러스는 노사 대립이 심화될수록 고용 불안은 점점 더 커지고 회사 경쟁력도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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