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 오라클, MS 제치고 틱톡 미국 사업 인수 역전극 ‘막전막후’

입력 2020-09-14 13:51 수정 2020-09-1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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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힘겨루기 끝에 오라클 ‘뜻밖의 횡재’…트럼프·바이트댄스 주요 투자자, 오라클 원군 역할 톡톡히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오라클 사무실에 회사 로고가 걸려있다. 알링턴/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오라클 사무실에 회사 로고가 걸려있다. 알링턴/로이터연합뉴스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중국 바이트댄스 산하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미국 사업 인수전이 미국 소프트웨어업체 오라클의 깜짝 승리로 일단락됐다. 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유리한 상황에서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막판에 역전극을 연출했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속에 뜻밖의 제 3자가 횡재를 하게 된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오라클을 틱톡 매각 협상의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바이트댄스는 “오라클이 틱톡의 신뢰하는 기술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라클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그동안 틱톡 인수전에서 일찌감치 승자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MS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결과 발표에 앞서 MS는 바이트댄스로부터 매각 거부 통보를 받았다고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틱톡을 둘러싼 미·중 갈등 양상이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진 가운데,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인수 범위가 더 제한적이고, 정치적 부담이 덜한 오라클을 선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틱톡 매각을 놓고 미·중 어느 쪽 비위도 거스르지 않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한 것이다.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바이트댄스와 오라클의 딜(Deal)은 폭이 좁아서 완전 매각이라기보다는 기업 구조조정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오라클의 틱톡 미국 사업 인수는 분명히 경영상의 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오라클은 틱톡의 미국 기술 파트너 역할을 하면서 자사 클라우드 서버에 틱톡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어 현재 기술산업의 고성장 부문으로 꼽히는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또 막대한 빅데이터 확보와 이에 대한 인공지능(AI) 분석 등으로 자사 핵심 사업인 고객관계관리(CRM) 역량을 강화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오라클이 MS와 월마트 컨소시엄이라는 막강한 경쟁자를 물리친 이면에는 사업적 고려 그 이상의 힘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여당인 공화당, 바이트댄스 주요 주주인 미국 투자자들의 든든한 지원이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실리콘밸리에서 드물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를 자처했다. 진보 성향이 강한 IT 업계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엘리슨은 올해 초 자택에서 기금 모금 행사를 여는 등 트럼프를 적극 후원해왔다.

트럼프는 지난달 한 기자회견에서 “오라클은 위대한 기업이고 오너는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며 “오라클은 확실히 틱톡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극찬, 강하게 힘을 실어줬다.

여기에 바이트댄스 주요 주주이자 이사회 구성원인 미국 투자회사 세쿼이어캐피털과 제너럴애틀랜틱의 자금력도 작용했다. WSJ은 지난달 중순 오라클이 전격적으로 틱톡 인수전에 뛰어든 이면에 바로 이들 투자회사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 또한 엘리슨과 마찬가지로 트럼프와 공화당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바이트댄스도 오라클의 이런 배경을 의식할 수밖에 없던 것으로 보인다. ‘15일까지’라는 최후통첩을 무시하면 트럼프 정부의 분노를 사서 결국 미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오라클보다 소비자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는 MS에 틱톡을 넘기는 것은 바이트댄스는 물론 중국 정부까지 미국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이에 완전 매각이라는 형태보다는 오라클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려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 중국 정부도 이를 인정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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