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노 딜'된 아시아나 매각...시작부터 결렬까지

입력 2020-09-1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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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HDC현산에 계약해지 통보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1년 5개월간 진행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국 '노 딜'로 마무리됐다. 아시아나항공에는 재도약의 기회로, HDC현대산업개발에는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전환으로 여겨졌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를 이겨내지 못했다.

11일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이날 HDC현산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HDC현산이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며 시작된 아시아나항공 인수ㆍ합병(M&A) 여정은 결국 인수 불발로 끝났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시아나항공이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뒤 금호그룹이 자구책을 내놓으면서 매각이 시작됐다.

HDC현산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2조5000억 원을 써내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을 품에 안았다. 구주 가격 3228억 원과 신주 유상증자 2조1771억 원을 써냈다.

그러나 경쟁자였던 애경그룹보다 1조 원이나 높은 인수가와 아시아나항공의 과도한 부채로 인해 초기부터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극심한 위기를 겪으면서 이는 현실이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2920억 원, 당기순손실은 6832억 원을 기록했다. HDC현산의 지난해 영업이익 5514억 원을 넘는 수준이다. 인수 당시와 달라진 상황에 HDC현산의 기업가치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4월 HDC현산은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무기한 연기했다. 표면적으로는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한 6개국 중 러시아의 승인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었으나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조건 변경이나 포기 가능성이 제기됐다.

채권단이 6월 초 HDC현산에 "인수 의사를 밝히라"고 압박하자 HDC현산은 "인수 의지가 있으나 재협상을 원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HDC현산은 이 자료에서 회계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채권단에도 불신을 표했다.

금호산업은 7월 들어 러시아의 기업결합심사가 마무리되자 계약을 이행하라고 재차 압박했다. 금호산업은 HDC현산에 8월 12일부터는 계약해제가 가능하며 위약금 몰수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7월 말 보냈다.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표명하던 양측은 HDC현산이 제안한 대표간 대면 회담에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정몽규 HDC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만남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계약이 해제되면서 HDC현산과 채권단 간 소송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HDC현산 측이 계약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으며 매각 결렬에 대한 책임 소지를 두고도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 앞서 HDC현산이 내용증명을 통해 입장을 표명해온 것도 향후 소송을 고려한 것이라고 시장은 분석했다.

다음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 주요 일지.

△ 2019년 3월 22일 = 삼일회계법인, 아시아나항공ㆍ금호산업 감사보고서 감사의견 '한정'

△ 3월 26일 = 아시아나항공·금호산업 재무제표 수정 및 감사의견 '적정' 공시

△ 3월 28일 = 박삼구 회장, 아시아나항공ㆍ금호산업 대표이사 사퇴

△ 4월 10일 = 금호아시아나그룹,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자구계획 제출

△ 4월 11일 =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금호아시아나그룹 자구계획 거부

△ 4월 15일 = 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수정 자구계획 제출

△ 4월 23일 =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자금 1조7300억 원 투입 결정

△ 7월 25일 =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

△ 11월 7일 =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 마감.

△ 11월 12일 = 금호산업 이사회,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 12월 27일 = 금호산업,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 2020년 1월 10일 = HDC현산, 아시아나 인수자금 마련 위해 4000억 원 유상증자 결의

△ 3월 13일 = HDC현산, 유상증자 3207억 원 납입 완료했다고 공시

△ 4월 초∼중순 = 중국·미국, HDC현산-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신고 승인. 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참여와 인수대금 납입 연기

△ 4월 21일 =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 원 신규 자금 지원

△ 4월 29일 = HDC현산,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 무기한 연기

△ 6월 5일 = 채권단, HDC현산에 6월 말까지 인수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 밝힐 것 촉구

△ 6월 9일 = HDC현산, 산은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원점서 재검토하자' 요청

△ 6월 25일 = 정몽규 HDC그룹 회장ㆍ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회동

△ 7월 2일 = 러시아, HDC현산-아시아나 기업결합 승인. 해외 기업결합 승인 절차 모두 완료.

△ 7월 14일 = 금호산업, 선행 조건 마무리됐다며 계약 종결 요구

△ 7월 26일 = HDC현산, 12주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재실사 요구

△ 7월 30일 = HDC현산, 금호산업에 재실사 다시 요청. 금호산업 "이미 영업ㆍ재무 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다"고 답변

△ 8월 7일 = 금호산업, HDC현산에 대면 협의 촉구

△ 8월 9일 = HDC현산, 양사 대표 간 대면 협상 요청 수용

△ 8월 20일 = 산은, HDC현산에 이동걸-정몽규 면담 제안

△ 8월 26일 = 이동걸-정몽규 3차 회동. 산은, 인수부담 1조 원가량 경감 제안

△ 9월 3일 = HDC현산, 아시아나항공에 12주 재실사 다시 요구

△ 9월 11일 = 금호산업, HDC현산에 계약해지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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